루한스크와 세바스토폴[임용한의 전쟁사]〈239〉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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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끝날 것 같으냐는 질문을 곧잘 받는다. 끝날 시점은 알 수 없지만 러시아 측에 종전을 강요하는 결정적인 포인트가 2군데 있다. 동부전선의 루한스크이다. 이지움을 탈환한 뒤에 슬라뱐스크를 지나 세베로도네츠크를 거쳐 루한스크와 도네츠크로 쭉 파고들었으면 좋았겠지만, 압도적인 전력이 아닌 이상은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 러시아군과 싸울 때는 승세를 잡았다고 힘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되고, 끝까지 전술적 움직임으로 흔들어야 한다.

고로 직진보다는 우회와 압박이다. 현재 스바토베 쪽에 전선이 형성되어 있는데, 스타로빌스크 쪽으로 진출하면 루한스크, 세베로도네츠크가 압박을 받게 되고, 남쪽의 도네츠크 지역도 부담이 커진다.

남쪽은 당연히 크림반도이다. 헤르손에서 철수했지만 러시아의 드네프르강 방어선은 위태위태하다. 크림반도에는 방어지형이 없다. 우크라이나군이 강을 넘으면 크림 남단까지는 일사천리이다. 그러나 남부에 가공할 요새가 기다리고 있다. 세바스토폴이다. 크림반도와 흑해를 장악하기 위한 요충지로 이곳은 이미 두 번의 전설적인 전투를 치렀다. 1853년 러시아, 오스만 제국과 영국, 프랑스 연합군 간에 벌어진 크림 전쟁이다. 영-프 연합군은 세바스토폴을 포위하고 공격했다. 끝내 함락은 시키지만 승자 패자를 가릴 것 없이 엄청난 희생을 낸 악몽의 전투로 기록된다. 영-프 연합군 사상자가 13만, 러시아 측이 10만 명이었다. 전쟁 전체 사상자의 절반이 세바스토폴에서 나왔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의 명장 만슈타인이 러시아군이 지키는 세바스토폴을 포위했다. 독일군은 쉽게 이기리라 생각했지만 포위전은 무려 10개월을 끌었다. 12만의 러시아군은 죽거나 포로가 되었다. 독일군도 12만의 사상자를 냈다. 현재의 세바스토폴은 러시아 흑해 함대의 주둔지로 더 요새화되어 있다. 이 악몽의 전투가 또 벌어질까? 세바스토폴을 함락하지 않아도 상황이 여기까지 진행된다면 러시아는 전쟁을 계속할 동력을 잃을 것이다. 어느 도시 앞에서 전쟁이 끝날까?

#우크라이나#러시아#루한스크#세바스토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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