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야 의원들의 공통된 목표는 하나, 생환(生還)이다. 22대 총선은 2024년 4월 치러지지만, 의원들은 벌써부터 다음번 당선을 위한 행보에 시동을 건 상황. 이들이 목표를 이루려면 두 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 당의 공천을 받아야 하고, 그 뒤 2024년 4월 치러지는 본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문제는 이 두 단계를 통과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 다르다는 점이다.
먼저 국민의힘. 최근 만난 여권 고위 관계자는 “총선은 결국 중도층의 표를 누가 더 많이 얻느냐인데, 이 점에서 여당 수도권 출마자들의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수도권 의원이나 출마자 중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자처하는 사람이 드문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조차 “누가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느냐”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에서, 공천을 받으려면 친윤(친윤석열) 진영의 옷을 입는 게 유리하다는 분위기다.
그런데 본선은 또 다르다. 한 여권 인사는 “보수 색채가 강한 영남, 강원 지역과 수도권의 표심은 다르다”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금 수준에 머문다면 수도권 출마자에게 ‘윤핵관’이나 ‘친윤 핵심’이라는 타이틀은 오히려 득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18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서울 28%, 인천·경기 25%에 그쳤다. 일부 여당 의원이 ‘비윤(비윤석열)’도, ‘친윤’도 아닌 회색 지대를 서성거리는 배경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1차 고민은 ‘대체 누가 공천권을 행사하느냐’다. 원래대로라면 2024년 8월까지 임기인 이재명 대표가 공천을 총괄해야 하지만, 검찰 수사의 칼날이 이 대표의 턱밑까지 왔기 때문이다. 한 야당 의원은 “공천권을 이 대표가 갖게 될지, 아니면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새 당 대표가 가질지 모르겠다”며 “만약 이 대표가 좌초하면 친명(친이재명)계가, 그렇지 않으면 비명(비이재명) 진영이 공천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22대 총선 공천이 “유례없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69명의 현역 의원에 더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및 내각 출신 인사들과 6·1지방선거 낙선자들까지 총선 출마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친명’과 ‘비명’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유다.
여기에 일부 열성 지지층이 이 대표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지만, 수도권 의원들의 인식은 다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지역구 민심을 보면 윤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유권자들이 꼭 이 대표에게 호의적인 것도 아니다”라며 “지금 상황이라면 내 지역구 유세에 이 대표가 오는 게 과연 득표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결국 현재 각 당 주류 진영의 행보가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여야 의원들도 절감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간극을 누가 더 좁히느냐가 다음 총선 승리의 향방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22대 총선까지는 아직 17개월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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