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놓았다. 70% 이상의 시간을 우울감이나 좌절감, 불안과 분노 등의 감정에 머무르고, 30% 이하의 시간을 행복, 감사, 흥분, 기쁨 등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인간으로서 매우 “자연스럽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윤대현 교수의 말을 세미나에서 듣고서였다. 윤 교수는 ‘일단 내 마음부터 안아주세요’에서 번아웃이 찾아왔을 때 자기 마음을 ‘조정’하기보다 ‘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번아웃이 온 것은 그만큼 일하며 애썼기 때문이고, 자신의 몸과 마음이 배터리가 방전된 것처럼 느끼는 것이 당연하니,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안아주고, 이해해주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일과 관계 속에서 지친 상태인 번아웃을 경험한다. 나 역시 30대에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번아웃이나 워라밸이라는 개념도 없이 그냥 지냈다. 알았다면 보다 지혜롭게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내 자신을 제대로 돌보는 방법을 몰랐기에 팀원이나 동료들에게 번아웃이 왔을 때에도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할지 몰랐다.
과거에는 번아웃을 ‘나약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했다. 지금의 조직개발 패러다임은 조직의 번아웃을 예방하고 줄이기 위해 리더들이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아직도 “나 때는…” “요즘 젊은 직원들은…” 하면서 번아웃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고 있다면 앞으로 젊은 인재들과 일하기는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잘나가는 조직은 무엇이 다를까’를 쓴 제니퍼 모스는 번아웃이 조직문화 발전에 커다란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사무실에 카페와 같은 휴게 공간을 설치하고, 복지 제도 등을 떠올릴 사람이 있을 것이다. 리더들은 자신이 가진 권한을 보다 잘 행사하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은 높이고 번아웃을 줄일 수 있다. 첫째, 휴가를 마음 편히 신청하고 최대한 사용하도록 하며, 야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팀원들과 함께 논의할 수 있다. 스탠퍼드대 존 펜카벨 교수는 주당 55시간이 지나면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둘째, 미국 드라마 ‘뉴 암스테르담’에서 공립병원의 새로운 리더인 주인공의 유명한 대사는 “어떻게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이다.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만 내리고 그들의 보고만 받기보다는 상사인 자신이 어떻게 그들의 성장과 업무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대화해 보자.
셋째, 호기심이다. 얼마 전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 연달아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짜증이 나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에게 “혹시 제가 알아야 할 것이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지자 의외의 답을 받았다. 그에게 예상치 못한 불행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고, 나 역시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러고 나자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일을 처리할 방법을 궁리하게 되었다. 묻지 않았다면 서로가 더 힘들어졌을 것이다.
반면 개인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점도 있다.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를 쓴 정신과 전문의 안주연 교수는 번아웃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사회와 직장 상사의 기대가 아니라 나의 느낌과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기표현과 주장, 그리고 자기만의 경계를 지켜가기 위한 단호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안 교수는 시간이 남아서 쉬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휴식 시간을 정해두고 지키라고 하는데, 나 역시 단호하게 지키는 나만의 휴식시간을 갖고 있으며, 이 시간은 절대 남에게 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 시간만큼은 약속도 하지 않고 오롯이 나만을 위해 사용한다. 또한 자기만을 위한 ‘고민 공동체’를 각자가 갖고 있어야 한다고 안 교수는 말한다. 속상하고 외로울 때 믿고 연락해서 이야기 나눌 사람이 우리 모두 필요하다. 나에게 그런 사람은 누구일지 함께 생각해보자.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한데, 윤대현 교수는 은유로 가득한 시를 읽어보라고 권한다. 올해 내가 바꾼 습관이 하나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스마트폰부터 보던 것을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의 시집으로 하루를 시작한 것이다. 요즘은 그의 시집 ‘개를 위한 노래’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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