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경제가 1.8%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했다. 9월만 해도 내년 성장률을 2.2%로 봤는데 두 달 만에 0.4%포인트나 낮췄다. 문제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2%로 유지하면서 한국은 낮춰 잡았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성장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뒤처진다는 뜻이다. OECD는 “한국의 경제 성장이 모멘텀을 잃었다”고도 했다. 이유로는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글로벌 수요 부진, 중국·유럽연합(EU) 등 수출 상대국의 경기 악화 등을 꼽았다.
수출 주도형 국가로서 한국의 위상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수출이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데 이어 이달 1∼20일 수출은 1년 전보다 16.7%나 줄었다. 8개월 연속 무역적자, 14년 만의 연간 무역적자는 기정사실이 됐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3.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황이 어렵지만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과 저성장이 중첩된 복합위기의 돌파구는 결국 수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수출은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일자리 15%를 책임지는 한국 경제의 구동엔진이다. 문제는 미중의 패권 갈등, 중국 경제 고도화에 따른 한중 교역구조 변화 등 대외 환경이 수출 확대에 부정적이란 점이다.
더욱이 첨단 품목 수출 경쟁에서 중국과의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56개 핵심 품목의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이 선두인 품목 수는 전기차 배터리 등 15개로 미국(18개)을 바짝 쫓는 2위였다. 대형 액정패널, 조선 분야 선두를 중국에 뺏긴 한국의 1등 품목은 5개로 중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훼손된 수출 경쟁력을 되살리려면 초격차 경쟁력을 갖춘 1등 상품을 두 배, 세 배로 늘려야 한다. 고품질,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품목을 전환하고, 선진국 중심으로 수출처를 다변화해 수출산업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러자면 글로벌 플레이어로 뛰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를 제거하는 일이 급하다. 여야 정치권은 해외 기업과 불리하지 않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K칩스법’ 등 수출지원 법안들을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 당장은 수출기업의 큰 걱정거리로 떠오른 물류·철도 파업부터 풀어내는 게 급선무다. 비상계획을 실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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