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어제 전국 16개 지역본부별로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약 1만 명이 전국의 주요 항만과 물류 거점을 속속 봉쇄하고 있다. 파업의 명분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확대 운영이다. 정책 효과가 의문시되는 제도를 영구화하기 위해 연말 성수기를 앞둔 물류를 볼모로 잡고 대규모 파업을 강행한 것이다.
화물연대가 무기한 파업을 예고하자 산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 6월에도 8일간의 파업으로 산업계의 모세혈관 격인 물류가 마비되자 약 2조 원의 피해를 입은 터다. 당장 육상 운송에 의존하는 시멘트와 철강업계부터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멘트는 다음 달 2일 철도노조까지 파업에 들어가면 대체 운송수단도 없는 상태다. 이미 오봉역 열차 사고로 시멘트 수급난을 겪고 있는 수도권 건설 현장은 지금도 공기를 맞추느라 하루하루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철강업계도 제품 출하 지연으로 조선 자동차 건설 현장에 납기를 맞추지 못해 연관 핵심 산업까지 줄줄이 피해를 입게 될까 노심초사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1.7%로 전망될 정도로 경기는 뚜렷한 하강 기조다. 대외경제 여건이 악화 일로인 데다 국내 경기마저 얼어붙는 복합위기 상황에선 집단 운송 거부의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물류비가 증가하면 물가는 더 오르고 수출기업의 경쟁력도 하락하게 돼 가계와 기업의 고통도 배가된다. 경제 6단체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화물연대 파업 중단을 호소했다. 위기의 국가 기간산업과 서민 경제를 더한 위기로 몰아넣는 명분 없는 파업은 당장 멈춰야 한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발동 준비에 착수하는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올 연말 안전운임제 일몰을 앞두고 화물연대가 제도 연장을 요구하며 강경 투쟁에 나서리라는 것은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무얼 하다 사태가 극단에 이르도록 방치한 건가. 화물연대 총파업 전후로 민노총 산하 노조들이 줄줄이 파업을 강행하거나 예고한 상태다. 이번에도 말로만 엄정 대응을 외치다 밀린다면 민노총이 결사반대하는 노동개혁은 시작도 못 해보고 좌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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