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화물연대의 운송거부가 나흘째를 맞은 어제 전국적으로 기간산업 분야의 물류 마비가 계속됐다. 피해가 커질 경우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겠다고 정부 당국이 공언한 가운데 운송거부 후 처음으로 정부와 화물연대가 오늘 만나 교섭을 시작한다.
국토교통부는 어제 운송거부에 2만2000여 명의 화물연대 조합원 중 19.5%인 4300명 정도만 참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참여율이 높지 않은데도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소의 17%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등에서는 생산된 철강제품이 반출되지 못해 야적장에 쌓이기 시작했고, 자동차 탁송이 중단돼 자동차회사 직원들은 장거리를 운전해 고객에게 직접 차를 전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멘트 출하량이 10% 밑으로 급감하면서 레미콘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자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신축 공사장은 골조공사를 중단했다. 유류를 실어 나르는 탱크로리들이 멈춰 서면서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기름이 바닥나는 주유소가 곧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부산신항 근처를 운행하던 비조합원의 트레일러 차량 유리에 쇠구슬로 추정되는 물체가 날아들어 운전자가 다치는 등 폭력사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와 화물연대가 오늘 마주 앉는다. 올해 말 없어질 안전운임제를 상설화하고, 적용 품목도 크게 늘릴 것을 요구하는 화물연대, 품목 확대는 받아들일 수 없고 안전운임제 3년 연장만 가능하다는 정부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타협 전망이 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가 내일 국무회의에서 시멘트, 레미콘 등 피해가 큰 업종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가능성을 내비치며 압박하지만 화물연대 측의 태도는 여전히 완고하다.
그럼에도 양측은 타결 전에는 협상장을 안 떠난다는 자세로 대화를 해야 한다. 6월 운송거부 때처럼 ‘추후 협의’식의 미봉책으로 적당히 넘겼다가 몇 달 뒤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해선 안 된다. ‘1%대 성장’과 수십 년 만의 경기침체를 앞두고 화물연대가 다시 경제에 치명적 충격을 준다면 이번만은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성급히 명령을 발동했다가 사태를 악화시켜 강 대 강 대치를 장기화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