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리 코르다(24·미국)는 얼마 전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되찾았다. 14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도 했다. 몇 달 전만 해도 이런 기쁨을 생각하기도 힘들었다. 그는 “모든 게 불확실해 너무 두려웠다. 다시 골프를 할 수 있을지조차 몰랐다”며 눈물을 쏟았다.
지난해 LPGA투어 4승에 도쿄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건 코르다는 최고 전성기를 맞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뒤 2월 갑작스러운 혈전증으로 3개월 넘게 필드를 떠나 있었다. 아침 운동을 하다가 왼쪽 팔이 붓는 느낌이 들어 예방 차원에서 병원 응급실을 갔다 혈전이 원인이라는 진단을 받아 수술까지 했다.
혈전증은 혈관 속에서 혈액이 굳어진 덩어리인 혈전이 동맥 또는 정맥을 막는 질환이다. 혈류가 느려지거나, 혈관이 손상되거나, 혈액 응고 인자가 과다하게 생성되면 발생한다.
코르다는 양쪽 어깨 앞면에 있는 쇄골 뒤 큰 혈관인 쇄골하 정맥에서 생긴 혈전증이었는데 젊은 운동선수들도 걸릴 수 있다. 팔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주변 조직이나 근육 등에 의해 정맥이 압박을 받게 돼 염증이 생기게 된다. 이에 따라 섬유성 조직이 혈관에 쌓여 정맥이 점차 좁아지면 혈류가 느려져 혈전을 생성할 수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혈전증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폐색전증으로 진행돼 숨쉬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김동익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근육 속에 있는 큰 정맥이 막히는 심부정맥 혈전증은 응고된 핏덩어리(혈전)가 폐동맥을 막아서 급사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한화큐셀의 후원을 받고 있는 코르다는 혈전증 발병 전후로 근력운동과 식이요법 등으로 꾸준히 컨디션을 관리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착용해 심박수, 호흡수, 수면 상태 등을 체크했다. 골프 라운드 때 그의 평균 심박수는 분당 119회이고 평균 최대 심박수는 155회로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한 매일 아침 공복 상태에서 1시간을 걸었다. 걷기는 근육 유지와 심폐 리듬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 식전에는 인슐린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아 체지방을 더 잘 분해할 수 있다. 코르다는 산책 전 단백질 셰이크를 먹고 운동 후에도 충분한 수분과 단백질을 섭취했다. 독소 제거와 체지방 감소를 위해 하루 3L 가까운 물도 마셨다. 철저한 노력이 빠른 회복을 거들었을 것이다.
경고등이 켜진 자동차를 그대로 주행하다가는 대형 사고가 날 수 있다. 건강도 마찬가지. 코르다가 몸에 이상을 느껴 바로 병원을 찾은 것은 올해 날린 최고의 ‘굿샷’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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