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 마무리 단계인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의 극심한 돈 가뭄 현상은 고환율 고금리로 힘들어진 경제 상황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서울 이태원에 모인 청년들이 압사 사고로 생을 마감하는 최악의 참사까지 벌어졌다. 동아일보 독자위원들은 21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북한의 잇따른 무력 도발, 채권시장 경색에 따른 ‘돈맥경화’에 대한 보도 등을 주제로 토론했다.》
김종빈 위원장=먼저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보도에 관해서 말씀해주시죠.
이준웅 위원=11월 5일자 A4면 <관할 4배로 늘었는데, 인파 2배> 기사는 현장을 통제할 수 있는 자원 배분이 안 됐다는 점을 그림과 데이터로 잘 보여줬습니다. 11월 17일자 A6면 <“11계급 수직구조 경찰, 보고체계 한곳만 막혀도 올스톱”> 기사는 경찰의 보고 체계가 너무 복잡해 위급한 사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희생자 사연을 담은 기사는 많지 않았습니다. 선정적이지 않은 선에서 인간적 관심사를 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은경 위원=11월 9일자 A1면 <野,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시동 건다>, 11월 11일자 A6면 <野 “참사 국조 24일 본회의 처리”> 기사 등은 제목에서부터 국정조사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느낌을 줬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국정조사가 대부분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정책 조사를 통해 개선 방향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정쟁에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이 선동정치를 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해야 한다고 봅니다.
류재천 위원=11월 9일자 A1면 <野,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시동 건다> 기사에는 과거 어떤 재난 때 국정조사를 했는지 사례를 통해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11월 1일자 A12면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 자가진단’ 그래픽은 사회적으로 트라우마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적절했습니다.
최은봉 위원=현장 르포, 팩트 체크 등의 기사로 객관적 정보를 잘 제공해줬습니다. 10월 31일자 A12면 <100명이 밀면 18t 압력…“m²당 5명땐 휩쓸리기 시작, 즉시 나와야”> 기사는 전문가들을 취재해 압사 사고 예방 및 대처 요령을 소개한 것으로 유익했습니다. 핼러윈과 직접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11월 14, 15일자 <서울시 주택 침수지도> 시리즈도 재난 차원에서 군중의 안전 개선 문제를 잘 다룬 기획이었습니다.
성태윤 위원=11월 2일자 A5면 <뉴욕 핼러윈 200만명 퍼레이드, 4가지 안전 비결> 기사는 대규모 인파가 몰렸을 때 사고를 예방하는 핵심 포인트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줬습니다. 또 이번 참사의 명칭에 대해 고민을 해봤으면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도 처음에는 우한 폐렴이라고 썼다가 바꾼 것처럼 이태원이라는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10·29 참사’ 등으로 명칭을 바꾸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국가는 국민의 안전 보호가 최우선입니다. 그런 점에서 11월 1일자 A1면 <경찰, 참사 3일전 ‘압사’ 경고에도 대비 안했다>, 11월 2일자 A1면 <“압사 위험” 4시간 전부터 신고…경찰 조치 없었다> 기사들은 경찰의 책임을 잘 지적해 줬습니다. 또 동아일보는 마약 확산 위험에 대해 기획기사(10월 10일자 A1면)와 사설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권이 마약과의 전쟁이 핼러윈 참사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하지 않아 아쉽습니다.
류 위원=10월 13일자 A1면 <한국軍이 쏜 에이태큼스 2발 중 1발 추적 실패> 기사는 국민을 불안하게 한 만큼 개선은 됐는지 후속 보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10월 14일자 A1면 <순항미사일 쏜 北 …韓美 ‘핵우산 획기적 강화’ 협의> 기사는 강화를 합의한 것도 아니고 협의한다는 것이어서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은데 너무 크게 보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성 위원=북한의 도발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항의 차원만은 아니고 대미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북한의 일련의 핵개발 과정을 심층 분석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보도는 도발 자체 사안에만 치우친 느낌이 있습니다.
최 위원=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은 군사 안보보다는 경제 안보 문제를 훨씬 많이 다뤘습니다. 그런데 경제 안보에 대한 기사는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 같습니다. 11월 12일자 A1면 <한미일-미중 연쇄 정상회담, 북핵 논의한다> 기사는 일정 부분 사실이지만 한일간 역사 문제 등은 여전히 경색돼 있는 만큼 3국 또는 양국 관계가 굉장히 낙관적으로 읽히는 부분은 유의해서 보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은경 위원=북한 도발에 대해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해야 되느냐에 대한 보도가 부족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도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고 한미일 공조해서 새로운 봉쇄에 들어가자는 주장을 실은 10월 19일자 ‘송평인 칼럼’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는가를 잘 써줬다고 생각합니다. 또 10월 6일자 A10면 <CIA “시진핑,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 지시”> 기사는 굉장히 중요한 뉴스인데 너무 작게 보도된 것 같습니다.
이준웅 위원=10월 12일자 A5면 <‘핵에는 핵’ 전술핵 재배치론 부상…비핵화 고수하는 美는 부정적> 기사를 보면 우리 정부의 고위 당국자와 백악관의 얘기가 다릅니다. 이런 기사를 보면 독자로서는 전략적 수준에서 공조가 안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됩니다. 도대체 우리 정부의 핵심 당국자와 브레인들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를 밀착 취재해 보도했으면 좋겠습니다.
김 위원장=11월 5일 5면 <한미 “핵우산 훈련 매년 실시”> 기사를 보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전략자산 상시 배치는 안 되고 적시에 전개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반도 핵 옵션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 반응 이후 ‘현재 대응책은 이 수준’임을 알려준 보도였습니다. 그 전에 10월 14일자 A3면 <美전략자산 상시 배치 관건은 ‘비용’> 기사는 전략자산 상시 배치가 미국 과거 정권들에서 무산된 사례를 소개했는데 한미 안보 협력의 한계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좋은 기사였습니다.
성 위원=9월 29일자에 강원도가 레고랜드 회생 신청을 법원에 낼 계획이라고 보도했는데 당시 기사에는 이 신청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이 사태가 매우 중요한 이슈라는 것을 처음 보도한 것은 10월 12일자 B2면 <‘레고랜드PF 디폴트’ 2050억원 투자자 손실 우려> 기사였습니다. 또 상황이 악화되고 채권 시장이 엄청난 불안정을 겪게 된 핵심 배경에는 한전 채권과 은행 채권이 쏟아져 나온 문제가 있는데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한 기사는 없어 아쉬웠습니다.
류 위원=10월 24일 A1면 <자금시장 경색에…정부 “50조+α 유동성 공급”> 기사를 보도했는데 50조 원 정도 공급하면 과연 자금 경색이 풀리는지에 대한 후속 보도가 없었습니다. 10월 25일자 A5면 <美국채, 금융위기 후 최악 급등락> 기사도 미국 국채 등락을 우리 독자가 알아야 하는 이유를 알기 쉽게 설명해줬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합니다. 11월 10일 A1면 <CP 금리 13년 만에 최고치> 기사도 일반 시민이 의미를 파악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성 위원=회사채와 CP의 차이가 뭐냐 같은 것은 별도 박스로 설명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이준웅 위원=어려운 용어는 설명하는 문구를 충분히 넣어줘야 합니다. 기사가 길어지더라도 독자에겐 도움이 됩니다.
김 위원장=10월 5일자 A8면 <여야 5당 의원들 “지역구 절반 축소, 비례확대” 발의> 기사는 조금 작게 다뤄졌다고 생각합니다. 입법 폭주 폐단을 줄이고 국민들의 다양한 정치 성향을 골고루 반영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선거 구조를 바꾸려는 취지인 만큼 더 비중 있게 다뤘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11월 10일자 A14면 <중고교 교과서에 다시 ‘자유’ 민주주의 들어간다> 기사는 자유민주주의의 의미를 정확히 아는 독자들이 많지 않은 만큼 ‘권리의 주체가 전체가 아닌 개인에게 있다’는 설명을 충실히 해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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