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비위 전력 등 객관적 사유가 없는 한 추천 결과를 최대한 존중해 달라”며 법원장 후보추천제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지난달 23일엔 법관대표회의 법관인사제도분과위원장인 이영훈 부장판사가 “확대 실시 전에 대법원이 현 제도의 성과와 장단점,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등을 했는지를 밝히라”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렸다. 김 대법원장이 법원장 후보추천제의 내년 전국 확대 방침을 밝힌 지 한 달여 만에 법원 내부에서 공개적인 개선 요구나 반대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법원장 후보추천제는 그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법관들이 추천한 3명 안팎의 후보를 제외하고 비추천 인사가 법원장이 되는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 추천 반영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외 사유도 ‘사법행정 경험이 없다’ 등 납득하기 어려운 때가 많았다. 해당 법원 소속이 아니어도 법원장 후보로 추천받을 수 있다는 허점도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송경근 민사1수석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과 청주지법 법원장 후보로 ‘겹치기 입후보’했다. 송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법원 내부에선 법원장 후보추천제가 대법원장과 가까운 인사를 법원장으로 임명하기 위한 요식 행위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장 1명에게 집중된 법관 인사권을 분산하기 위한 것이 법원장 후보추천제다. 김 대법원장이 자문기구의 건의를 받아들여 2019년 2개 법원에서 처음 도입했다. 당초 자문기구는 김 대법원장의 임기 마지막인 내년까지 전국 21개 모든 지방법원으로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법관대표회의에서 제도 개선을 요구할 정도로 일선 법관의 불만이 누적된 상태다.
임기가 10개월 남은 김 대법원장은 여러 문제점이 노출된 법원장 후보추천제의 전면 확대를 무리하게 밀어붙여선 안 된다. 법원 내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당초 취지대로 이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지 먼저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보완 수정할 부분이 없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한 번 시행된 제도는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모든 지방법원으로 확대하는 것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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