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 규제 및 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고등교육정책실 폐지와 대학규제개혁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조직이나 인원 감축은 없다. 정부의 국정과제인 ‘더 큰 대학 자율로 역동적 혁신 허브 구축’을 위해 교육부를 규제가 아닌 지원 부처로 ‘체질 개선’을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이번 개편안에서 가장 강조한 대목은 교육부 최대 조직인 고등교육정책실 폐지다. 지난 12년간 대학을 교육부 산하기관 다루듯 하며 입학 정원과 학과 신증설부터 수업 시간과 학생 평가 방법까지 시시콜콜 통제하고 지시해온 조직을 없앰으로써 대학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조직도를 보면 고등교육정책실 ‘폐지’라는 표현이 무색하게도 그 자리에 같은 12개 과 크기의 ‘인재정책실’이 신설됐다. 인재 양성을 명분으로 대학 정책에까지 관여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고등교육정책실의 전통적인 대학 규제 업무는 ‘대학규제개혁국’이라는 새로운 조직으로 이관됐다. 조직이 생기면 규제는 느는 것이 공직사회 관행이다. 규제 개혁을 한다면서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은 모순 아닌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정부 출범 전 발표한 보고서 ‘대학 혁신을 위한 정부 개혁 방안’에서 대학이 4차 산업혁명의 허브가 되도록 과감한 규제 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대학을 교육부가 아닌 총리실에 두자고 제안하는 내용을 보고서에 담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런데 장관이 되자 교육부 구조조정은커녕 규제 철폐를 명분으로 새로운 조직까지 만들겠다고 한다. 교육 전문가로서 소신은 어디로 가고 벌써 조직 논리에 포획된 것 아닌가.
교육부는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규제 부처로 악명 높다. 학생 10명 중 8명이 사립대학에 다니는데 고등교육법에 사립학교법까지 사립대 규제가 126개나 된다고 한다. 겹겹이 규제가 옥죄고 있어 캠퍼스 없는 ‘미네르바 스쿨’ 같은 혁신은 엄두도 못 낸다. 정부가 14년간 등록금을 동결하는 바람에 상당수 대학이 투자는커녕 운영비 조달도 어려운 한계 상황에 몰려 있다. 이 장관이 보고서에 쓴 대로 “교육부 산하에 대학을 둔 채 교육부가 주도하는 대학 규제 개혁은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꼴”이다. 대학 규제 개혁을 통한 경쟁력 강화는 교육부에 맡겨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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