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출범한 ‘홀릭스’는 직장인들을 위한 지식 정보 공유 커뮤니티다. 풀어야 할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 멘토 및 같은 관심사를 가진 멤버들로부터 지혜를 구할 수 있다. Z세대를 필두로 한 젊은 직장인들의 호응으로 이 서비스는 론칭 1년 만에 누적 회원 수 45만 명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멘토들의 시간을 파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타임베스트’는 주식공모와 유사한 ITO(Initial Time Offering) 개념을 도입해 전문가의 시간을 분 단위로 사고파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다. 마치 ‘일타 강사’들의 족집게 과외를 찾는 수험생들처럼 전문가들의 ‘핀셋 조언’이 필요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 직장인들의 멘토링은 같은 회사 내에서 직무 경험을 공유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반면 최근 부상하는 멘토링 서비스들은 조직 바깥에서 커리어에 도움을 주는 ‘노련한 선배’를 찾는 수요를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주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기에 ‘랜선 멘토링’으로 불린다. 실제 지난해 잡코리아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장인 423명을 대상으로 ‘업무상 어려움을 겪을 때 어떤 해결 방법을 선호하는지’ 물었을 때 가장 많은 응답자들이 ‘랜선 사수의 도움을 받는 것’을 택했다.
MZ세대가 직장 동료나 상사 등을 제치고 이렇게까지 랜선 사수를 선호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이직 준비할 때 도움이 돼서’라는 답변이 상위에 랭크돼 눈길을 끈다. 멘토링 전문가들의 해석을 빌리면 이는 ‘평생 직장’ 대신 ‘평생 직업’을 추구하려는 젊은 세대의 숨은 니즈가 반영된 결과다. 회사 내에서만 통용되는 직무 개발을 넘어 취업시장에서 개인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것이다.
학창 시절, 끊임없이 역량을 인정받아야 했던 ‘수행평가 세대’로서 시행착오 없이 지름길을 안내 받으려는 ‘K모범생’ 본능이 ‘K직장인’이 된 후에도 이어져 멘토링 수요를 부채질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것이 직장생활에서도 ‘과외 선생님’을 찾는 수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멘토까지 찾아 나서면서 자기계발을 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열정은 현재의 직장에서도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 등이 미국 내 콜센터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자발적으로 멘토링을 받고 싶어 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일평균 실적이 3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실제 멘토링을 받았는지와 상관없이 나타났다.
멘토링 생태계가 전 세계적으로도 커지고 있지만 특히 한국에서 활발한 행보가 포착되는 것은 ‘K모범생’의 DNA를 탑재한 ‘K직장인’들의 남다른 자기계발 의지 덕분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내 몸값’을 스스로 증명해 내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버드대 연구 결과를 놓고 보면 조직으로선 나쁠 것 없는, 하지만 당사자들로선 고된 노력이 필요한 ‘갓생’(신의 경지에 이를 만큼 모범적으로 산다는 뜻)의 트렌드는 그래서 2023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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