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대표를 선출하는 내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권 핵심부에서 ‘대선주자 불가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관심 있는 이들이 당권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여권 내부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인물이 당 대표가 되면 사심(私心) 때문에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공천이 어려울 수 있다”며 “자칫 공천 문제를 놓고 대통령과 잡음이 일면 여권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는 보도다.
여소야대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는 윤석열 정부로선 2024년 총선 승리가 절실하다.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뒷받침할 인사를 국회에 많이 입성시켜야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몇몇 차기 주자가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식의 발언이 나오는 건 온당치 않고 의도도 의심스럽다.
여당은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고 긴밀히 협력해야 하지만 대통령 수하 조직은 아니다. 건전한 긴장 관계도 필요하다. 당 대표가 차기 주자든 아니든 공천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스템으로 이뤄져야 한다. 친윤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김무성 대표 체제에서 벌어진 ‘옥쇄 파동’ 사례를 거론한다고 한다. 당시 공천 잡음이 총선 패배로 이어진 건 맞다. 그러나 그 원인 중 하나가 청와대의 지나친 공천 개입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선주자는 사욕을 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 대표가 되는 건 곤란하다는 건 논리적이지도 않다. 그런 불문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통령과 친밀하지 않거나 껄끄러운 대선주자들이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당의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더 큰 것 아닌가.
당권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기도 전에 치열한 물밑 암투가 벌어지기 시작한 형국이다. 그 이면엔 장차 총선 공천권을 겨냥한 신경전과 지분 다툼이 깔려 있다. ‘30대 0선’ 대표가 중도 낙마하고 치러지는 전당대회다. 당권이든 대권이든 민심과 동떨어져 돌아갈 순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