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장관 해임안 상정 및 의결은 박진 외교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대통령실은 “입장이 없다”고 했지만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을 파면하지 않으면 이 장관 탄핵소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 거취를 둘러싼 정국 대치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 해임안 통과로 여야가 합의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파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국조특위 위원들이 전원 사퇴하면서, 국조가 야당 단독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져서다. 설령 국조가 가동되더라도 증인 채택 등 조사 일정을 놓고 여야 간 신경전이 계속될 수 있다. 이러다가는 청문회도 한 차례 열지 못한 채 끝난 2014년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장관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장관으로 이태원 참사에 책임이 크다. 게다가 참사 이후 “폼 나게 사표”와 같은 부적절한 발언으로 여러 차례 논란에 휩싸였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이 장관을 해임하기는커녕 이 장관을 감싸는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민주당의 책임도 없지 않다. 여야는 지난달 말 어렵게 ‘선(先)예산안 통과, 후(後)국정조사’에 합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예산안도 처리하기 전에 여당 반발이 예상된 해임안 카드를 밀어붙였으니 ‘참사의 정쟁화’ 논란을 자초한 것 아닌가.
여야 ‘강 대 강’ 대치로 15일 예정된 예산안 처리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여야 원내대표도 주말에 예산안 담판을 벌였으나 법인세율 인하 등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 합의가 불발될 경우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을 대폭 삭감한 야당 단독 수정안을 발의할 태세다. 정부·여당은 야당 단독안에 반대하면서 초유의 ‘준예산’ 편성 검토에 들어갔다. 예산안이 제때 처리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 장관 해임안이 예산안 합의 처리와 원활한 국조의 장애물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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