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8일,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공로자 표창대회를 대규모로 개최했다. 개인과 단체에 2300여 개의 훈장과 표창이 수여되는 등 사실상 코로나19 종식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중국의 방역 업무를 총괄한 중난산(鐘南山) 중국과학원 원사가 공화국 훈장을 받았다.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천웨이(陳薇) 군사의학연구원 연구원 등 3명은 ‘인민영웅’ 칭호를 받았다. 시 주석은 이날 약 70분간 연설에서 “코로나19 방역을 통해 중국의 정치 사회 문화의 우수성이 증명됐다”면서 “엄청난 노력 끝에 코로나19 전쟁에서 중대하고 전략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의 방역 성과에 대해서도 자화자찬했다. 그는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은 공개적이고 투명했다”면서 “국제적으로는 32개국에 34개 의료 전문가 조직을 파견하고, 150개국에 의료 물품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런민(人民)일보와 중국중앙(CC)TV 등 중국 매체들은 시 주석의 발언을 보도하면서 “14억 중국 인민이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해석했다.
그 당시 중국에서는 저녁 회식도 가능했고, 모임과 운동 등 일상생활도 불편함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당시 많은 사람들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시민들을 효율적·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사회주의 체제가 민주주의 체제보다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아는 데 2년이면 충분했다. 중국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 선언을 한 뒤 2년이 흘렀지만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현실은 오히려 퇴보했다. 최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도 감기약과 해열제를 구하지 못해 사람들이 약국 앞에 줄을 서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방역 정책이 갑자기 바뀌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체감적으로 급증하고 있는데 중국이 발표하는 통계는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한다. 불과 며칠 전까지 확진자가 1명만 나와도 아파트 전체 동을 봉쇄했는데 지금은 확진자가 나와도 별도 안내도 없이 그냥 집에서 자가 격리를 하라고만 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방역 정책 전환에 혼란은 더 가중되고 있다. 중앙과 지방의 발표가 다른 경우도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증명 확인 절차를 최소화하겠다고 했는데 베이징 등 지방정부는 음식점에 들어갈 때 여전히 48시간 이내 PCR 검사 음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방침에 따라 PCR 검사소를 대폭 축소해 놓고 지방정부의 PCR 검사 음성 증명 확인은 계속 유지되다 보니 사람들이 과거보다 더 밖으로 돌아다닐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방역 정책이 완화됐지만 지금 베이징은 그 어느 때보다 유령 도시처럼 삭막한 상황이다.
중국 당국이 이를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방역 정책 완화를 추진한 것은 결국 체제에 대한 위협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2년 전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할 당시 시 주석은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했었다. 방역을 체제와 연계시킨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시진핑 퇴진’ 구호까지 나온 ‘백지 시위’를 보면서 중국 당국이 적잖이 놀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갑작스러운 방역 완화 전환을 설명할 길이 없다. 당분간 중국에서 코로나19 방역 대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방역은 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과 의학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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