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프로농구 캐롯 구단 대표(57)는 요즘 한 전립샘(전립선) 치료제 CF에 등장하고 있다. ‘농구 대통령’으로 화려한 선수, 감독 시절을 보낸 그는 신생팀을 이끌면서 왕성한 방송 활동까지 펼치고 있다. 허 대표는 “배뇨 고민을 지닌 지인들이 많아졌다. 남의 일 같지 않다. 중장년 남성에게 활력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립샘은 남성의 방광 아래 요도의 3cm 정도를 감싸고 있는데 40대부터 커지는 양상을 보인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60대의 남성의 약 40%, 70대는 50% 정도가 전립샘비대증으로 소변보는 데 문제가 생겨 치료가 필요하다.
전립샘비대증이 있으면 혈중 전립샘 특이항원(PSA) 검사로 전립샘암이 동반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전립샘암은 미국에서 남성 8명 중 1명이 걸려 남성암 가운데 1위. 한국도 늘어나고 있다. 2019년 국가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립샘암은 인구 10만 명당 65.6명으로 전체 남성 암 가운데 4위였다. 1989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연간 6.7%가량 증가하는 추세. 아버지나 형제 가운데 전립샘암 환자가 있다면 걸릴 위험이 2.5∼3배 높아진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8강까지 이끈 루이 판할 감독(71)은 지난 4월 자신이 전립샘암으로 투병 중이며 방사선 치료를 25번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73)은 52세 때인 2001년 PSA 수치가 높게 나와 조직검사로 암 판정을 받고 전립샘 제거 수술을 했다. 아버지도 전립샘암에 걸렸던 베이커 감독은 20년 넘게 6개월마다 병원 체크를 하고 있다.
전립샘 질환을 예방하려면 채소나 과일을 1주일에 5회 이상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토마토와 콩, 마늘은 전립샘 건강에 도움이 된다. 베이커 감독은 아침은 주로 오트밀을 먹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고광진 교수는 “양성전립샘비대증과 같은 질환은 초기에 잘 치료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부끄러워 쉬쉬하다가 병원을 늦게 찾으면 방광 및 신장 기능 저하, 요로 손상 등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판할 감독과 베이커 감독도 모두 조기 진단과 철저한 관리를 통해 병마를 극복하고 있다.
허재 대표는 선수 시절 손가락이 부러지고 이마가 찢어져 피가 흘러도 코트를 지킨 투혼의 상징. “한번 날아간 새는 다시 오지 않듯 결정적 기회가 오면 꼭 잡아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던 그는 60을 바라보며 술 담배를 줄이고 걷기와 근력운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지킨다는 정기검진을 며칠 전 받았다는 허 대표가 이젠 이렇게 말할 것 같다. “한번 날아간 건강을 되찾는 건 어렵다. 지킬 수 있는 기회는 놓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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