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를 규제하는 세계 흐름에 맞춰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거대 플랫폼에도 법적 규제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어제 공동 주최한 ‘독과점적 플랫폼의 공정혁신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는 학계 언론계 법조계 재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포털의 독과점에 따른 다양한 폐해를 소개하고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제기된 문제들을 요약하면 포털이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규제와 법망에서 빠져나와 쇼핑 결제 금융시장 등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해가며 개인 정보를 독점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뒤로는 광고료를 챙기는 수익 모델을 사업 분야를 바꿔가며 되풀이하는 동안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줄어들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수탈’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적 폐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포털이 뉴스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민주주의의 기반인 공론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포털의 노출 기준에 맞추다 보니 기사가 획일화되고, 클릭 수를 노린 선정적이고 극단적인 날림성 기사들이 공들여 취재한 깊이 있는 기사를 밀어내면서 언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포털 뉴스의 기사 댓글을 통한 대립으로 상호 고소전이 잦아지고 정치적 양극화의 폐해도 심화하고 있다고 한다. 언론사 콘텐츠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그 부작용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는 포털의 무책임한 행태를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미국과 유럽에서는 빅테크를 대상으로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한 입법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포털이 성공하기까지 세금으로 깔아놓은 초고속 통신망과 정보화를 위한 사회 공동 노력이 크게 기여한 만큼 한국형 규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정 경쟁과 건전한 여론 형성을 해치면서 제 배만 불리는 독과점 플랫폼 기업의 비뚤어진 경영 방식을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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