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뢰를 받아 노동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직무급제로의 임금체계 전환, 경직된 주 52시간제 유연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저출산·고령사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시대에 맞춰진 노동 관련 제도들을 크게 손봐야 한다는 제안이다.
미래연은 경제활동인구 부족으로 성장률이 하락할 초고령사회에 대비, 임금체계를 개편해 정년연장의 돌파구를 만들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이를 위해서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을 올리는 호봉제를 근로자의 역할, 성과, 숙련도에 따라 다르게 보상하는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주 52시간제의 연장근로 시간 산정단위도 현재의 1주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다양화해 업종, 기업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에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정년 65세를 넘긴 은퇴자들에게 기업이 70세까지 일할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는 법을 도입했다. 또 기업들이 고령자의 고용을 꺼리지 않도록 직무성과급제를 통해 업무에 따라 임금을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100인 이상 사업체의 56%, 노조가 있는 기업의 68%가 호봉제여서 기업들이 임금 높은 고연차 근로자를 줄이려고 한다. 월·연 단위로 연장근로를 규제하는 선진국들과 달리 주 단위로 통제하는 주 52시간제 역시 기업의 인력운용을 제약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점에서 미래연의 권고는 설득력이 있다. 청년 세대는 나이, 연차가 아니라 성과에 근거한 공정한 보상을 원하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 일하는 ‘긱(Gig) 워커’ 증가 등 노동시장의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서도 개혁은 피할 수 없다. 권고안이 충분히 다루지 않은 고질적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개선에도 정부는 박차를 가해야 한다.
문제는 개혁을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등 다수의 노동관계법을 고쳐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계와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면 갈등만 키우고, 개혁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개혁안 마련보다 중요한 건 개혁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납득시키는 것이다. 말로는 강한 의지를 보이다가 희망고문으로 끝난 과거의 개혁 실패를 되풀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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