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기국회 회기를 넘겨 15일에는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했지만 법인세 인하에 대한 극심한 견해차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정권이 바뀌었는데 이전 정권의 가치와 이념으로 정부를 운영하라는 것이냐”고 항변하고, 더불어민주당은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초부자 감세다. 포기하라”고 압박한다. 예산 부수법안 차원을 넘어 신구(新舊) 권력의 철학이나 이념 대결, 나아가 기세 싸움으로 비화한 듯한 양상이다.
정부·여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자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7위 수준인 법인세를 낮춰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의 투자를 유인하자는 논리다. 실제로 경쟁국 대만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0%다. 지방세까지 감안하면 세율 격차는 7.5%포인트나 된다. 세 부담 차이가 크니 투자 판단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법인세를 인하하면 배당 등으로 총수 일가 등만 이득을 보니 ‘초부자 감세’라고 주장하지만 투자가 확대되고 일자리도 늘고 소액 주주 배당도 증가돼 경제 전체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법인세 인하를 둘러싼 정부·여당과 야당의 논쟁이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흐르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중 경쟁으로 인해 세계 투자자들이 중국을 떠나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급증하는 무역수지 적자 등 위기 요인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투자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법인세 인하가 제기됐는데도 초부자 감세니 하는 정치 프레임으로만 보는 건 우물 안 개구리 인식일 뿐이다.
국익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경제 논리로 법인세 인하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경제 6단체가 “전쟁의 시기에 한가할 때 쓰는 칼을 쓸 수 없다”며 연일 법인세 인하 호소 성명을 내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성명에는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도 참여했다.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고 후년까지도 저성장이 우려되는 절박한 상황이다.
지금은 당의 정체성이나 이념 문제를 우선시할 때가 아니다. 중소기업 차원을 넘어 ‘글로벌 빅게임’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여당도 야당과 대치만 할 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대화와 설득에 나서야 한다. 또 야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해서 예산안 시한 전에 대승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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