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하는 상황에서 일부 여야 의원들이 해외 출장을 떠나 빈축을 사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8명은 11일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조해진 최형두 의원 등 3명,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남인순 신정훈 전재수 의원 등 4명,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다. 이들은 6박 7일 일정으로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해외 사례를 살펴본다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예산안 처리 시한을 15일로 예고한 사실이 이미 알려졌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출국을 강행한 것이다.
이들은 예산안 지연 사태 이전에 조율된 일정이어서 출국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선거제 관련 해외 사례를 살펴보는 외유 일정이 국민의 살림살이와 직결된 예산안 처리보다 긴박하고 중요하진 않을 것이다. 여야 극한 대치로 국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김 의장도 지난달 말까지 16일 출국하는 일정을 검토했다가 전면 보류했다. 의원들이 일정 조정이 어려웠다고 한 변명이 구차해 보이는 이유다.
연내에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 법안도 산적해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시 도입한 ‘주 8시간 추가 연장 근로제’와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법안 등이 대표적이다. 법안 처리가 해를 넘기면 63만 곳에 달하는 영세 사업장들은 존폐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금투세 유예를 예상했던 금융계와 투자자들의 혼란도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같은 법안 처리의 절박함을 알았다면 의원들은 유럽에 가지 못했을 것이다.
여야 지도부가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확대하는 한전법 처리에 합의했는데도 8일 본회의에선 부결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여야 의원이 97명이나 표결에 불참해서다. 의원들이 표결을 앞두고 “내가 없어도 괜찮겠지”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결과 아닌가. 이런데도 올해 최대 현안인 예산안 처리 일정을 팽개친 채 유럽에 간 의원들은 비판을 면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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