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내년 금리 인하 없다’… 韓 더 힘든 싸움 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6일 00시 00분


코멘트
AP 뉴시스
AP 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15년 만에 최고인 4.25∼4.5%로 높아졌다. 연준이 내년 중에 금리를 내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함에 따라 세계적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최소 내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네 차례의 0.75%포인트 인상에 비해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은 축소됐다. 6월 9%대로 치솟았던 미국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7%대 초반으로 떨어지자 인상 속도를 늦춘 것이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초점은 물가를 목표인 2%까지 낮추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이지, 내리는 게 아니다. 갈 길이 멀다”고 했다. 내년 중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세계 증시는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3.25%로 인상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1.25%포인트로 벌어졌다. 2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격차다. 연준은 내년에 5.25%까지 금리를 높일 것으로 전망돼 ‘킹달러’ 현상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외국 자금 유출 우려는 더욱 커졌다. 내년 1%대 저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부담스러워도 금리를 따라 올려야 하는 처지다.

게다가 고금리, 고물가 속에서도 실업률은 낮고, 민간 소비도 든든히 받쳐주는 미국과 한국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사상 최대의 빚을 짊어진 한국 가계는 이자가 늘고 집값·주가가 떨어지자 급하게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면서 투자와 고용을 주저하고 있다. 국제유가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추이, 산유국의 감산 여부에 따라 언제든 다시 요동칠 것이다. 높은 원-달러 환율과 수입 원자재 가격으로 인해 5%대에 머물고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 초까지 현재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경제는 이미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중첩된 역대급 경제 한파에 진입했다. 취약계층의 생활고는 깊어지고, 기업의 줄파산도 나타날 수 있다. 근로자, 자영업자, 기업, 정부와 정치권이 ‘원 팀’으로 힘을 합쳐 조금씩 더 인내하고 양보하지 않으면 이겨내기 힘든 싸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빅스텝 단행#더 힘든 싸움 준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