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어제 2024년부터 전체 입학정원 내에서 대학이 자유롭게 학과를 신설·통합·폐지할 수 있도록 한 대학 규제개혁안을 발표했다. 현재는 학과마다 교원 확보 기준 등이 달라 학과 통폐합이나 증원이 어려웠는데 이 규제를 풀어준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 등에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대학을 설립·운영할 때 적용되는 건물 토지 교원 재산 기준도 26년 만에 완화해 대학도 기업처럼 인수합병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낡고 경직된 기준이 대학 간 통폐합이나 온·오프라인 대학의 유기적인 운영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에 대학과 학과 통폐합을 통해 대학마다 특성화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길이 트인 것이다.
이번 규제개혁안은 자율적인 구조개혁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이다. 2042년이면 현재 대입 정원(47만 명)보다 대학 입학 가능인구가 31만 명이나 부족하다. 존립 위기에 처한 국내 대학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대학경쟁력 순위에서 46위까지 추락했다. 교육부는 관련 시행령 개정에 속도를 내는 한편 빈사 상태인 대학재정 지원도 확대해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해야 한다.
대학도 이제 규제를 핑계로 혁신을 미루지 말고 미래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지금껏 대학에서는 학과 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교수에 맞춰 학생을 뽑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시대에 뒤떨어진 학과 구조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역량을 교육할 책임이 있다. 다만 대학이나 학과 통폐합은 재학생뿐만 아니라 대입 수험생까지 파장을 미치는 사안이다. 졸속 신설과 폐지로 혼란을 야기하거나 특정 학과로의 쏠림 현상으로 인력이 과잉 공급될 우려도 해소돼야 한다. 특히 학과 통폐합 과정에서 교원 확보 기준이 완화되더라도 교육의 질을 담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이 인재 양성과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자율화의 기반도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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