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49일째인 어제 오전 대한불교조계종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제를 봉행했다. 오후에는 7개 종단으로 구성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가 이태원광장에서 합동 추모식도 열었다.
망자의 명복을 비는 가장 중요한 의례인 49재는 살아남은 자들에겐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의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후 수습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탓에 유족들은 비통함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다짐했지만 수사 결과는 오리무중이다. 모처럼 여야가 합의해 기대를 모았던 국정조사는 여야 간 힘겨루기로 시작도 전에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사랑하는 이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어찌 망자를 보내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겠나.
이번 참사를 책임져야 할 정부와 여당이 유족의 마음을 다독이기는커녕 상처를 덧내는 망언을 일삼는 것도 기막힌 일이다. 핼러윈 참사 유가족 협의체가 출범하자 권성동 의원은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미나 창원시의원은 “자식 팔아 장사한단 소리가 나온다”는 막말을 퍼부었다. 사고 현장에서 친구를 잃고 살아남은 고교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자 한덕수 총리는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생존자 보호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돌아보기는커녕 어떻게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말을 하는가.
세월호 사태를 겪고도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해 참담한데 사후 수습조차 실패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진상을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건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여야 모두 이런저런 핑계 대지 말고 국정조사에 복귀하라. 정부는 국정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심리적으로 위태로운 유족과 생존자들을 세심하게 지원해야 한다. 참사의 상처가 쉽게 아물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는 달라지리라는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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