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진출했다가 국내로 돌아온 ‘유턴 기업’ 수가 지난해 26개에 그쳤다. 같은 기간 한국 회사들이 외국에 세운 법인 수 2230개와 비교하면 1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다. 특히 대기업은 지난해 0개, 올해는 단 한 개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 환경이 해외에 비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다.
겹겹이 쌓인 규제와 높은 인건비, 강성 노조 등은 기업의 국내 복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해외 진출 기업 중 93.5%는 복귀 계획이 없다. 국내에 1000억여 원을 투자해 새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유턴 기업에는 “법인세를 어떻게 감당하려 하느냐”는 투자자들의 항의 전화가 이어졌다고 한다. 자국에 투자하겠다는 기업 결정이 투자자들의 우려에 직면하는 게 한국이 처한 씁쓸한 현실이다.
반면 해외의 주요 기업은 본국에 생산시설을 신증설하는 ‘리쇼어링’ 작업이 한창이다. 인텔과 마이크론 같은 반도체 기업들이 조 단위 자금을 쏟아부으며 미국 내 공장 설립에 나섰다. 제조업 부활을 외치는 미국 정부의 대대적 지원책에 힘입어 리쇼어링 기업은 지난해 1300개를 넘어섰다. 이 기업들이 창출해낼 일자리가 22만 개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일본에서도 매년 500여 개 기업이 본국으로 복귀하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글로벌 투자 유치전에 한국 기업들은 줄줄이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반도체와 전기차 같은 분야의 경우 전략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국내 일자리 창출 등 기회비용이 커지는 상황은 간과할 수 없다. 올해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만들어낸 3만5000개의 일자리가 우리 청년들의 것이 될 수도 있었다. 핵심 산업의 국내 기반시설 약화 등 문제도 피하기 어렵다.
‘찔끔’ 수준의 유턴 기업 지원책으로는 한국을 떠난 기업들을 돌려세울 수 없다. 장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파격적인 세금 감면과 보조금, 인프라 지원 등 당근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노동 규제를 비롯한 근본적인 걸림돌 해소가 시급하다. 노조의 불법 파업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노란봉투법을 강행하거나 과중한 세부담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리쇼어링 촉진은커녕 해외 ‘탈출 러시’만 부추기는 결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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