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주말 내년도 예산안 처리 협상을 이어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19일 본회의를 ‘네 번째’ 데드라인으로 못 박은 상태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공전을 거듭한다면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며 오늘 전체회의를 열고 본조사 일정과 증인을 채택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태원 국정조사가 야3당 반쪽으로 진행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예산안 처리는 법정 시한(2일)과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9일)을 한참 넘겼다. 비판 여론이 들끓자 여야는 15일 처리에 합의했었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못했다. 법인세 인하를 둘러싼 이견과 아울러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삭감이 막판 쟁점이다.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예비비로 지출하는 방안에 대해 여당은 “조직의 기능과 정통성을 부정하라는 것이냐”며 부정적인 태도다.
이태원 국조특위 활동 기간은 45일로 내년 1월 7일까지다. 20일밖에 남지 않았다. 예산안 처리 지연에다 민주당의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단독 처리에 국민의힘 특위 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정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본회의 의결로 연장할 순 있다. 민주당은 기간 연장 방침을 공식화했지만 국민의힘은 단기간에 끝내야 한다며 연장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예산안은 2014년 국회선진화법 이후 ‘지각 처리’ 기록을 하루하루 경신하고 있는 중이다. 성탄절이나 연말까지 예산안 대치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올해 안으로 예산안 처리를 못해 ‘준예산’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민생과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은 최악의 국회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여야는 예산안을 서둘러 합의 처리하고, 이태원 국조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여당이 빠진 채 반쪽으로 국조가 진행되는 건 무엇보다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정부 관련 기관의 증인 출석이나 자료 제출 비협조 등 특위 활동 자체가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이미 절반 넘는 시간이 흘렀다.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가 정치 공방만 벌이다 흐지부지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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