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소득이 많을수록 자녀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2016년 고교 2학년이던 학생들의 대학 진학 여부를 추적 조사한 결과 부모 소득이 하위 25%인 1분위 가정은 자녀의 41%가 4년제 일반대학에 들어간 반면 소득 상위 25%인 4분위 가정의 경우 그 비중이 68%로 뛰었다.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아니라 계층 대물림의 수단으로 변질됐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 격차는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0년대 이후 반복적으로 확인돼온 현상이다. 학교 교육이 제 역할을 못 하는 사이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의 투자 여력이 자녀의 학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로 자리 잡았다. 소득 수준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가 매년 벌어지는 추세와 나란히 학력차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내 학군 간 대학 진학 격차도 확대되는 중이다. 서울대 입학생의 수도권과 서울 강남3구 쏠림 현상이 보여주듯 좋은 학습 환경에서 교육받은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학생 본인의 노력이 아닌 부모의 사회 경제적 배경에 따라 학업 성취도와 졸업 후 노동 시장에서의 지위까지 결정되는 사회는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계층 이동이 둔화하면 사회 활력이 떨어지고 사회 통합에도 방해가 된다. 다양한 인재들의 잠재력 개발에 실패할 경우 학생 개인의 불행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초중고교생 1인당 공교육비는 세계 최상위 수준이고 초중고교 교사들의 연봉도 15년 차가 되면 선진국 평균치를 크게 웃돌게 된다. 그런데도 왜 교육 경쟁력이 하위권에 머물고 교육의 사다리가 무너졌다는 얘기가 나오나. 코로나 3년간 부실 수업이 이어지면서 사교육 의존도와 학력 격차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교육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학습 결손을 메워주는 일이 시급하다. 근본적으로는 학교 수업만으로도 상급 학교 진학에 어려움이 없도록 교사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교육 성과에 합당한 책임을 묻는 인사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