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기온 32도, 습도 80%. 아마존 밀림이 시작되는 그곳에서는 숨이 턱턱 막힌다. 적도 근처 남위 2도 북대서양 해안의 브라질 아우칸타라 우주센터. 태극기와 브라질연방공군 문장, 투자회사들의 로고를 붙인 높이 16.3m, 지름 1m, 중량 8.4t의 로켓이 발사대에 선다. 20일 오후 6시(한국 시간) 첫 시험발사를 앞둔 국내 최초 민간 우주 발사체 ‘한빛-TLV’다.
로켓을 발사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브라질에 가 있는 우주로켓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의 김수종 대표(47)에게 심경을 물었다. “2017년 회사 설립 후 5년여 끝에 개발한 로켓의 첫 발사라 많이 긴장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담합니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도할 각오입니다.”
왜 지구 반대편 브라질까지 간 걸까. 국내에 민간 발사장이 없기 때문이다. 민간이 우주개발을 이끄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렸지만 한국은 올드 스페이스 추격도 버거운 게 현실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4년 말까지 나로우주센터 인근에 민간 발사장을 짓겠다고 하지만 속도가 생명인 스타트업에는 너무 먼 얘기다. 또 다른 국내 우주 로켓 스타트업인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내년 7월 제주시 한경면 앞바다에 바지선 발사장을 띄워 첫 로켓 발사에 나서겠다고 한다. 비바람 잦고 비행기가 자주 다니는 곳이지만 마땅한 다른 장소가 없는 고육지책이다.
브라질 정부와도 이해관계가 맞았다. 이노스페이스는 해외에서 발사장을 찾다가 아우칸타라 우주센터를 접촉했다. 적도에서 가까워 연료를 적게 사용할 수 있고, 기상이 안정적이며, 주변의 인구·항공 밀도가 낮은 최고의 입지였다. 브라질은 1983년 아우칸타라 우주센터를 구축하고 로켓을 개발하던 중 2003년 폭발 사고를 맞아 개발 인력 20여 명이 숨졌다. 우주사업이 중단되며 그동안 상업 발사는 불가능했다. 그런데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며 이 발사장을 탐내는 각국의 민간 기업들이 생겨났다. 브라질 정부가 이들을 대상으로 낸 사업 협력 공모에 선정돼 처음으로 발사에 나서는 회사가 이노스페이스다. 이번 시도가 성공하면 브라질도 자국의 우주 인프라를 톡톡히 홍보할 수 있게 된다.
이노스페이스의 회사명은 ‘혁신’(이노베이션)과 ‘우주’를 합친 것이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 강국인 이스라엘 테크니언공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두려움 없이 창업을 시도하고 실패하더라도 학업으로 쉽게 돌아오는 이스라엘인의 ‘담대한 도전’을 그때 배웠다고 한다. 마흔이 넘어서 창업에 나선 건 미국 스페이스X와 겨루는 우주 택배 사업자가 되고 싶어서다.
우주산업은 반도체와 자동차처럼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전쟁터다. 한국 정부는 발사체 성공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우주산업을 실질적으로 도와야 한다. 우리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길을 찾으면서 놓치는 부분은 없는지 챙기는 든든한 ‘뒷배’가 돼야 한다. 뉴 스페이스 시대에 필요한 건 우주 생태계다. 그 생태계가 조성되기도 전에 도전하는 국내 우주 스타트업들에 경의를 표한다. 아마존 밀림에서 고군분투 중인 그들의 ‘꿈의 대항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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