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홍 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장(66)은 목도리가 트레이드마크다. 10년 넘게 찌는 듯한 한여름만 빼고 봄, 가을, 겨울에 늘 하고 다녀서다. 지인들에게 자주 선물도 해 ‘머플러(스카프) 전도사’로 불린다.
한국 테니스를 빛낸 이형택 정현 조윤정 등을 길러낸 주 회장은 지도자 시절 출장으로 자주 갔던 프랑스에서 현지인들이 목도리를 즐겨 하는 모습을 봤다. “패션의 나라여서 멋 낼 목적인 줄 알았는데 해보니 장점이 많더라. 목만 따뜻해도 온몸이 든든하다. 감기도 걸리지 않았다. 이젠 안 하면 허전할 정도다.”
주 회장의 분신처럼 된 목도리는 요즘 같은 혹한기 필수템으로 꼽힌다. 목에는 뇌로 올라가는 굵은 혈관들이 있어 이 혈관이 수축되면 뇌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 노약자의 경우에는 뇌졸중 같은 치명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목 부위 보온은 중요하다. 목도리만 둘러도 체온을 3∼5도 높일 수 있다. 윤성상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아주 추울 때 밖으로 나가면 머리가 시린 현상이 있기 때문에 머리를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며 “그러나 뇌 부위는 자율 조절 능력이 상대적으로 좋은 반면 목은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므로 목도리가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에 외출하거나 등산이나 운동 등 야외활동을 할 때는 각별히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체열 손실의 80% 정도가 머리와 귀, 목 부위를 통해 이뤄지므로 모자도 꼭 챙겨 써야 한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홀로 운동을 하거나 산을 찾는 일은 금물이다. 갑자기 쓰러졌을 때 응급처치를 하거나 구급차를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춥다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으면 균형을 잃고 넘어질 수 있다. 겨울철에는 빙판길에 넘어지는 사고로 인한 낙상에 따른 골절발생률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령층 가운데 약 30%가 낙상을 경험하며 이 중 36%가 2주 이상 입원했다. 사망률 역시 타 연령의 10배에 이르며 입원율은 8배에 육박한다. 무엇보다 후유증이 남아 삶의 질을 현저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 하용찬 서울부민병원 진료부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다리 근력 저하, 어지럼증, 치매, 뇌졸중, 부정맥, 시력 문제 등 낙상의 원인은 다양하다. 노인성 질환을 충분히 사전 점검해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낙상을 피하려면 보폭을 평상시보다 20% 줄이는 것이 좋다. 장갑을 끼고 지팡이나 보조기구를 이용하는 것도 권한다.
며칠 전 만난 회사 후배는 “여자친구가 짜준 목도리가 너무 좋다”면서 찬바람을 뚫고 씩씩하게 걸어 나갔다. 연말연시 선물을 고민한다면 목도리, 모자, 장갑 같은 보온 아이템은 어떨지. 따뜻한 온기로 건강과 사랑을 모두 담을 수 있지 않을까. 맵시는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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