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회계’라는 지적을 받아온 노조의 재정 운영에 대해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노조 운영비의 법인카드 사용, 회계감사 결과 공개 등 구체적인 방안들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노동조합법 등 어디에도 노조의 회계감사 기준이나 외부 공개 규정이 없다 보니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길이 없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민노총만 해도 100만 명이 넘는 조합원의 회비 등을 합치면 예산 규모가 2000억 원에 달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조는 양성평등, 노사문화 개선 등을 내건 각종 사업 지원 명목으로 고용노동부와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 보조금도 받는다. 세금이 투입되는데도 회계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할 기본적인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조합원들은 결산 결과 열람을 요청할 수 있지만 회계장부 같은 자료를 볼 수 없어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세금이 투입되는 국가 보조금의 관리, 감독도 상당수가 형식적인 정산서 제출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감시에서 벗어난 눈먼 돈은 부패하기 쉽다. 일부 간부들의 쌈짓돈으로 사용되거나 목적과 다르게 유용될 위험성도 크다. 실제 민노총 산하 노조의 한 간부는 억대 조합비를 횡령한 혐의로 4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금속노조 소속인 포스코 지회가 최근 노조를 탈퇴하겠다며 밝힌 이유 중 하나도 조합비 사용 문제였다. 조합원들 사이에서조차 “회비 내는 노동자만 호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신이 커져 있다.
돈 관리의 투명성은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율이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노동계 활동을 위축시킬 소지가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하겠지만, 예산 운용의 투명성을 확보할 최소한의 사회적 통제 장치는 갖출 필요가 있다. ‘짬짜미 감사’를 막을 외부 전문가의 참여부터 회계장부 같은 세부 자료의 노조 게시판 게재 등까지 체계적인 회계감사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민노총도 자율 규제의 미흡함을 채우기 위한 조치들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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