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내년 3월 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경선 룰 변경에 본격 착수했다. 현재 당원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로 돼 있는 ‘7 대 3’ 룰을 바꿔 ‘당원투표 100%’로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한다는 것이다.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는 경우 1, 2위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비상대책위는 어제 이런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상임전국위, 전국위를 잇달아 열어 이번 주 안에 속전속결로 확정한다고 한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 때 도입된 현행 경선 룰이 지금까지 유지돼 온 데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들만의 ‘당심’이 아니라 ‘민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장치였다. 책임 당원이 1년 반 사이에 약 80만 명으로 늘었고, 영남과 수도권 당원 비율이 비슷해지는 등 구성도 다양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풀뿌리, 상향식 정당 민주주의가 확립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외려 국민의힘 지지층이나 무당층의 관심과 여론을 배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전당대회를 불과 두 달여 앞둔 시점이다. 유력 후보들이 사실상 경선에 돌입한 상황에서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은 공정성 시비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전대 룰 변경은 ‘윤심(尹心)’ 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다. 대통령이 내심 껄끄러워하지만 여론조사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일부 후보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결선투표를 통해 궁극적으로 친윤 주자를 당 대표로 만들려는 꼼수로 비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사석에서 “당원투표 100%가 낫지 않나”라고 했다는 보도를 놓고 경선 주자들 간에 “경선 개입은 불법” 공방이 벌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권 핵심부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이준석 파동’이 또 벌어져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그러나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윤심 논란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룰 개정이 필요하다 해도 현 비대위가 아니라 차기 지도부가 결정해야 할 몫이다. 만약 바꾸더라도 이번이 아니라 차차기 대표 선출부터 적용하는 게 사리에 맞다. 재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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