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처 업무보고가 신년 기자회견을 대신할 순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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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청년 200여 명과 노동ㆍ교육ㆍ연금 등 3대 개혁 등을 주제로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청년 200여 명과 노동ㆍ교육ㆍ연금 등 3대 개혁 등을 주제로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대국민 보고’ 형식의 정부 부처 업무보고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패널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정과제 점검회의처럼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 국정 운영에 더 효과적이라는 내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1968년 박정희 정부가 도입한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한 해의 국정 목표를 제시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통해 민심을 읽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특히 취임 후 첫 신년 기자회견은 집권 기간의 주요 구상을 밝히는 자리여서 소통에 인색한 대통령들도 이 행사만큼은 건너뛰는 일이 드물었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한다는 이유로 취임 후로는 해외 정상과의 회담 후나 취임 100일 기자회견 외에는 기자회견을 한 적이 없다. 그나마 도어스테핑도 MBC와 충돌 이후 한 달간 중단한 상태다. 기자회견마저 생략한다면 언론과의 소통을 거부하겠다는 것 아닌가.

정부부처 업무보고로 기자회견을 대체한다는 발상도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업무보고가 어떻게 자유로운 질의응답이 주를 이루는 양방향 기자회견과 같나. 대통령으로서는 언론의 껄끄러운 질문이 불편할 수 있지만 기자회견은 정책에 관한 다양한 여론을 파악하고 정책의 효과나 부작용을 외부자의 시선에서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번 국정과제 점검회의 때처럼 이번에도 업무보고 자리에 국민패널을 참석시켜 질문을 받겠다고 하지만 패널 선정부터 진행 방식까지 주최자가 통제할 수 있어 정책 홍보 행사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언론의 권력 감시가 필수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언론의 질문에 답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정직한 대통령이 되고 싶다”며 “정직한 대통령이란 국민과 소통, 의회 지도자들과 소통, 언론과 소통, 내각·참모들과 소통을 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중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있는지 자문해보길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신년 기자회견#부처 업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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