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 관련 의혹들에 대해 감사 결정을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 관련 업체가 대통령 관저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참여연대가 10월 직권남용, 공사 특혜 등의 의혹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감사원이 현 정부를 향해 감사 실시 결정을 외부에 밝힌 건 사실상 처음이다.
참여연대가 그제 공개한 감사원 공문에 따르면 청구 내용 가운데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사결정 과정의 직권남용’ ‘건축 공사 등과 계약 체결의 부패행위 여부’에 대해서만 감사를 한다고 한다. 재정 낭비 의혹은 이전 비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됐다. 혹시라도 적당히 시간을 끌며 감사 시늉만 할 경우 더 큰 논란에 휩싸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소득, 집값, 고용 등의 주요 통계가 왜곡, 조작됐으며 당시 청와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계 조작이 사실이라면 국정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야당은 “모욕주기 감사”라고 반발한다.
문 정부 때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2018년 5월 소득주도성장 이후 소득분배 지표가 악화됐다는 가계조사를 발표한 뒤 3개월 만에 교체된 점이나 강신욱 전 청장으로 바뀐 뒤 소득분배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발표된 점 등이 석연치 않은 건 사실이다. 소득주도성장 설계자로 불린 홍장표 전 경제수석이 개입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공명정대한 조사로 진위를 가려야 한다.
두 의혹은 별개의 사안이지만, 국민 보기엔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다.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이나 탈원전 등 지난 정부의 각종 의혹들을 광범위하게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고, 야당은 표적감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럴수록 신구 정권에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는 지적을 받아선 안 된다. 진실을 낱낱이 밝혀 원칙대로 처리하는 것이 감사원의 독립적 위상을 세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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