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태원 국조 17일 남기고 가동, 더는 정쟁으로 허비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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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어제 현장 조사를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에 반발해 특위에서 사퇴했던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참사 유족들과 만난 직후 조건 없이 참여하면서 반쪽짜리 조사를 면하게 됐다. “당장 내일이라도 국정조사에 복귀하라”며 눈물로 호소하는 유족들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45일의 특위 활동 기간 중 불과 17일만 남겨둔 시점이지만 이제라도 여야가 함께 국정조사에 나서게 돼 다행이다. 참사가 발생한 지 두 달이 돼가도록 경찰 수사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국정조사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참사 발생 수일 전 일선 경찰들이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상했는데도 왜 대책을 세우지 않았는지, 참사 당일 압사의 공포를 호소하는 시민들의 112 신고 전화는 왜 묵살됐는지, 사고 발생 이후 구조 작업이 지연된 이유는 무엇인지 등 참사의 예방 대응 수습 전 과정을 돌아보고 실패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은 17일은 기초적인 진상 규명을 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청문회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특위에 복귀하는 위원들에게 “집권 여당으로서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 달라”고 당부한 터다. 진상 규명에 필요하다면 누구든 지위에 관계없이 조사에 응하고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도록 여당 위원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야당도 국정조사를 여당 흠집 내기 기회로 악용할 생각은 접는 것이 좋다. 특히 내년 1월 초 열리는 청문회에서 증인들을 불러내 망신 주기 식 질문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않길 바란다.

여당 국조특위 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유족은 “자식을 잃은 사람은 뭐라고 부를까. 나는 20년 동안 가영이 엄마였는데 이제는 가영이 유가족이 됐다”며 가슴을 쳤다. 진상 규명이 늦어질수록 희생자 158명의 ‘유가족’으로 살아야 할 이들의 상처는 깊어지고 일상 회복도 멀어질 것이다. 남은 조사 기간을 1분 1초도 허투루 쓸 수 없는 이유다.
#이태원 참사#국정조사특별위원회#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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