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어제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해 업무보고를 하면서 내년 경제 성장률을 1.6%로 전망하고, 수출은 올해보다 4.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내년 신규 고용도 올해보다 88%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충격이 새해 우리 경제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닥친다는 의미다.
기재부의 전망은 정부의 정책의지를 반영한 목표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1.6%의 낮은 성장률 전망은 더욱 우려스럽다.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중국의 심각한 경기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돌발 사태가 발생할 경우 더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1%대 성장은 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1998년과 2009년,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등 극심한 경제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것이다.
새해가 시작되기도 전에 정부가 큰 폭의 수출 감소를 예상한 것 역시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의 급격한 위축 등 수출을 줄일 요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 적자가 확실시되는 무역수지가 내년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 역시 원유, 원자재 등의 수입이 수출보다 큰 폭으로 줄면서 생기는 ‘불황형 흑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 저하, 수출 감소로 인해 이례적인 ‘고용 있는 침체’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신규 취업자 수도 올해 81만 명에서 내년에 10만 명으로 확 줄어든다.
업무보고 이틀 전 정부와 국민의힘은 당정협의를 통해 ‘2027년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새로운 거시경제 운용의 목표로 제시했다. 문제는 지난해 3만4984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이 원화 약세로 인해 당장 올해부터 3만3590달러로 4%가량 줄어든다는 점이다. 현 정부 임기 안에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4%는 성장해야 하는데 잠재 성장률은 2% 안팎으로 떨어져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등 역대 정부들도 국민소득 4만 달러 목표를 내세운 적이 있다. 하지만 목표보다 중요한 게 이를 구현할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 의지다. 정부는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동·연금·교육 개혁은 물론이고 시대착오적 규제, 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눈앞의 현실로 닥친 초유의 글로벌 복합위기부터 넘어서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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