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2020년 테슬라의 한정판 굿즈로 숏팬츠(Shorts)를 내놨다. 빨간색 새틴 원단에 금색으로 테슬라 전기차량의 모델명을 모은 ‘S3XY’를 박아 넣은 제품이었다. 머스크는 이 소식을 트위터로 알리면서 “어려운 시기를 겪는 공매도(Short) 투자자들에게 몇 개 보내주겠다”고 했다. 테슬라의 주가 하락에 베팅했던 이들을 조롱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머스크는 공매도 투자자들을 향해 “테슬라가 죽기를 바라는 얼간이들”, “가치 파괴자”라고 맹공해 왔다. 테슬라에 대해 수억 달러의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나 ‘공매도의 전설’ 마이클 버리를 상대로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테슬라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서며 ‘천슬라’의 기록을 쓴 2020년은 머스크에게 ‘복수의 해’였다. 당시 공매도 투자자들은 38조 원의 손해를 봤다. 올해는 정반대 상황이 펼쳐졌다. 주가가 1년간 60% 넘게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이 20조 원 가까운 이익을 낸 것이다.
▷적으로 여겨온 공매도 세력의 배를 불려준 건 아이러니하게도 머스크 자신이다. 트위터 인수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불안한 리더십과 충동적, 일방적인 경영 행보에 광고주와 이용자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는 중이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주요 언론사 기자들의 계정을 일방적으로 정지시킨 것은 SNS 사유화 논란을 불렀다. 인수자금 확보를 위해 40억 달러어치의 테슬라 주식을 팔아치운 것도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키웠다. 머스크는 ‘트위터의 늪’에 빠진 채 밉상 CEO가 되어가는 처지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의 가치 산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테슬라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던 ‘괴짜 천재’ 머스크의 자유분방함이 점점 리스크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팟캐스트에 나와 마리화나를 피우고, 테슬라의 비상장 전환 계획을 전격 발표하는 등의 소동으로 수차례 입길에 올랐던 그다. “머스크의 트위터 한 줄에 휘둘리는 상황에 지쳤다”고 하소연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유독 격하게 진행돼온 테슬라와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은 ‘CEO 리스크’에 베팅한 이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공매도 세력들은 “머스크 광대극의 끝을 보고 싶다”고 말한다. 머스크의 실체를 드러내 주가 거품을 걷어내는 일이라며 공매도를 옹호한다. 이에 맞선 주주들은 머스크의 트윗에 “당신이 자동차와 주행에 대해 이야기하던 옛날이 그립다”며 핵심 역량에 집중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치열해지는 전기차 경쟁,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의 실적 부진 등 테슬라가 부딪힌 난관은 결국 머스크가 뚫어내야 하는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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