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그제 3연임에 도전하지 않고 물러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시는 걸 보며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고 치켜세우는 발언으로 3연임 의사를 접지 않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퇴진을 압박해 관치(官治)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정책 공약을 총괄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낙점된 데에 대해서는 관치가 아니라고 강변했다.
조 회장은 올 6월 부정채용 의혹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면서 3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갑자기 “라임 펀드 사태를 책임지고 정리하겠다”며 사퇴해 그 배경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손 회장은 지난달 라임 사태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그는 앞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도 중징계를 받은 적이 있으나 법원에서 승소했다. 라임 사태는 DLF 사태와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이 역시 감독기관의 일방적 결정만으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에게 퇴진을 요구할 수 있는지는 본인이 다시 중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과 금융회사의 독립성까지 고려해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이 원장은 이 전 실장의 NH농협 회장 후보 낙점에 대해서는 “농협은 대주주 결정으로 그렇게 됐는데 거꾸로 ‘관치 논란이 있으니 그렇게 안 하시는 게 좋겠다’고 말하는 게 오히려 관치 아니냐”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하루 전날 손 회장의 퇴진을 압박하면서 이 전 실장에 대해서는 “금융이 다 관치가 아니냐”고 말했다. 둘 다 말장난에 가깝다.
설혹 금융이 다 관치라도 관치가 문제 되는 건 관치로 정권과의 유착을 강화할 때다. 대통령 대선 캠프를 총괄한 사람이 NH농협 회장 후보로 낙점된 것을 우려하는 건 정권과의 유착 때문이다. 신한금융과 달리 우리금융은 지분이 분산돼 사실상 주인이 없다. 이런 금융회사에서 회장이 물러나면 그다음 회장은 친정부 인사가 낙점되기 쉽다. 그런 걸 못 하도록 해 금융회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이 감독기관이 해야 할 본연의 관치라면 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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