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생중계된 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 참석한 청년의 질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정부 말기(2027년)나 다음 정부 초기(2028년)에는 앞으로 수십 년간 지속할 수 있는 연금개혁의 완성판이 나오게 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20일 청년과의 만남, 21일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도 연금을 포함해 노동, 교육 등 3대 개혁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들 개혁을 강조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최근 40%가 넘었다. 6월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정부 내부의 분위기는 대통령 발언과 사뭇 달라 보인다. 연금개혁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내부에선 최근까지 ‘용산(대통령실)이 연금개혁에 진정성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내년 3월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하고 10월 정부 개혁안을 확정해야 하지만, 실무 현장에서 만난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태도가 미온적이라는 불만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금개혁과 관련해 대통령으로부터 ‘언제까지 어떻게 마무리하라’는 명확한 지시를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완성판’의 의미조차 주무부처에서 정확히 알지 못하는 듯한 상황도 연출됐다. 대통령의 ‘2027년 연금개혁 완성판’ 발언에 내년 예정된 정부 개혁안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언론 비판이 제기됐다. 그제야 복지부는 완성판의 의미를 대통령실에 확인해 17일 추가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완성판은 국민연금뿐 아니라 공무원연금 등 4대 직역연금까지 포함한 노후 소득 보장 전반의 구조개혁안이라는 게 주 내용이다.
그런데 대통령실 분위기는 또 다르다. 내부적으로 노동, 교육, 연금 순으로 개혁의 순서와 비중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 등과 함께 개혁해야 하는데, 자칫 손을 대면 공무원 집단이 (정권에) 돌아서서 감당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금개혁은 상황을 봐서 미루자는 기류가 팽배한 셈이다.
정권 말에 연금개혁을 완성시킨 사례는 거의 없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개혁을 2010년 단행했다. 임기(2012년)가 끝나기 2년 전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역시 임기(2005년)보다 3년 이상 빠른 2001∼2002년 연금개혁을 실시했다. 두 사람 모두 연임에는 실패했지만,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혁에 성공한 뚝심은 현재까지 칭송받고 있다.
연금개혁은 국민적 거부감이 큰 정책이다. 부담은 높이고 혜택은 줄이는 방향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추진하면 자칫 정권마저 교체된다. 연금개혁을 미루려는 심리는 어찌 보면 정치권의 본능과도 같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21일 첫 신년 업무보고에서 “연금 노동 교육 개혁이 인기가 없더라도 미래세대를 위해서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에 실패하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2057년 고갈된다. 연금보험료율은 30%가 넘어 현재(9%)의 약 3배가 된다. 자손들이 ‘월급의 30%를 국민연금으로 떼이는’ 부담을 진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 의지에 진정성이 있다면 완성판은 임기 중반에 나와야 한다. 완벽한 완성판이라도 정권 말에 제시되면 연금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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