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로 의사 공급을 늘리지 않을 경우 2035년에는 의사 수가 2만7000명 넘게 모자란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의사 인력수급 추계에 따르면 의사 1인당 업무량이 2019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2030년에는 1만4334명, 2035년에는 2만7232명의 의사가 수요보다 부족하다는 추산이다.
한국은 싸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 선진국이지만 의대 정원이 2006년 이후 17년째 3058명으로 동결되면서 의사 부족 문제가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심각해지고 있다. 국내 의학계열 졸업자는 인구 10만 명당 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3.2명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임상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해도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3.7명)보다 1.2명 적다. 5분 진료를 받기 위해 1시간 넘게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고,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거나 야간 당직 의사가 없어 병원에 헛걸음을 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연구원에 따르면 의사 수를 늘리지 않고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의사 1인당 업무량을 14.7% 늘려야 한다. 지금도 일부 병원은 간호사에게 PA(Physician Assistant)라는 직함을 주고 의사 업무의 일부를 맡기고 있는 실정이어서 의사의 업무량을 늘리는 것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 정부는 2020년 의대 정원을 10년간 4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의료계가 집단 휴진과 국가고시 거부로 반발하자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 논의를 재개하기로 한 바 있다. 전문의 한 명을 양성하는 데 최소 11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의대 정원 조정을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의사 부족난은 돈은 안 되면서 힘들고 의료 소송의 위험이 높은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필수 의료 분야와 의료 취약지역으로 가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다.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의료를 고사시키는 비정상적 의료수가 체계를 바로잡고, 도농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대책도 병행해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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