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의 꿈을 이룬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는 11세 때 키가 150cm까지밖에 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성장호르몬결핍증(GHD). 매일 밤 다리에 호르몬 주사기를 찔렀다. 한 달에 150만 원이 넘는 비용은 노동자로 일하는 부모가 감당하기 어려웠다. 메시의 축구 재능을 알아본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가 치료비 부담을 조건으로 그를 영입했다. 13세에 모국을 떠나 14세까지 주사를 맞은 메시는 169cm까지 자랐다. 이번 월드컵 32개국 출전 선수 평균 신장은 181.6cm.
단신 핸디캡이었던 메시는 성장에 도움이 될까 싶어 육류를 과다하게 섭취했다. 중독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초콜릿, 탄산음료에도 빠졌다. 경기 도중 구토를 하기도 했다. 체력 저하에 시달렸다. 나쁜 식습관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메시는 부상에 신음하던 2014년 이탈리아 영양전문의 조언에 따라 지중해식 식단을 따르고 있다. 물, 올리브오일, 통곡물, 과일, 채소 등 5가지를 기반으로 메뉴를 구성했다. 견과류와 씨앗도 중시했다. 육류 섭취량을 줄이고 하루 세 번 단백질 셰이크를 마셨다.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뿌리채소를 곁들인 구운 닭고기. 설탕과 정제된 밀가루, 인공감미료, 튀긴 음식, 알코올은 피했다.
지방이 적은 지중해식 식사는 일반인에게도 장점이 많다. 통곡물은 소화가 천천히 일어나게 하며 껍질에는 항산화성분, 미네랄, 영양소가 풍부하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나이 들수록 체지방 축적을 줄이고 단백질을 조절하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시는 남미 ‘국민음료’라는 마테차를 물처럼 마시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 음료는 각성 성분이 있어 집중력을 높인다. 지방을 배출하는 폴리페놀을 함유해 체중 감량 효과도 있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30대 중반에도 최고 전성기를 유지한 메시는 월드컵 기간에 동료 선수들과 함께 식사, 차를 자주 들며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충격적인 첫 경기 패배를 당한 뒤에는 희망을 강조하며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프랑스와의 결승을 앞두고는 36년 만의 정상 등극을 고대하는 가족, 친구, 국민들에게 승리를 바치자며 전의를 불어넣었다. 식탁과 찻잔도 통합의 구심점이 됐다.
불교 선종에서 유래한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이 있다. ‘차 마시고 밥 먹는 것’이란 뜻으로 일상적이고 평범한 일에 진리가 있다는 의미. ‘신’이라 일컫는 메시가 그토록 기다렸던 ‘별(월드컵 정상)’을 딸 수 있었던 것도 다반사를 비로소 실천했기 때문은 아니었을지.
올해도 며칠 안 남았다. 새해에는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고 건강과 행복을 나누는 밥상머리가 되기를. PS. 메시는 일본어(めし, 飯)로 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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