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이재명 두 후보 득표율 차이는 0.73%포인트, 표로 환산하면 약 27만 표 차이였다. 많은 선거 전문가들이 이 차이의 원인 중 하나로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인 20대 남성 유권자의 이탈을 꼽았다.
지난 대선에서 20대 남성 투표자 수가 대략 230만 명 정도이고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 계층의 윤 후보 지지율이 58.7%(20대 여성은 33.8%)였다. 따라서 산술적으로는 만약 20대 남성의 윤 후보 지지율이 동 연령대 여성과 비슷했다면 약 50만 표 정도가 사라져 승패가 뒤바뀌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유권자 지형과 전통적인 보수층의 고령화를 감안하면 20대 남성이 윤 대통령을 만든 셈이다.
20대 남성의 윤 후보 지지가 이준석 전 대표의 공이냐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잘못된 설명일 것이다. 전통적으로 20대는 남녀 구분 없이 현 야당 선호가 강했다. 가령 2012년 대통령 선거까지만 해도 20대 유권자들은 남성(37%)과 여성(31%) 모두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매우 낮아 확실한 야당 선호 성향을 보였다.
그러나 2017년 대선부터 균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당시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의 20대 남성 지지율은 약 37%로 동 연령대 여성의 56%와 거의 20%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후보가 동일함에도 2012년 대선 당시 20대 남·여성 지지율이 62%와 69%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남녀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탄핵 정국에서도 문 대통령 득표율이 44%에 그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물론 이준석 전 대표에게도 이러한 20대 남녀 간 균열을 재빨리 감지한 공은 있을 것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반등세가 뚜렷하다. 한국갤럽에서 12월 16일 발표한 주간 대통령 지지율은 36%였고 4주 연속 상승했다. 기존 지지율이 워낙 낮아 일종의 ‘바닥 효과’도 있었겠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정부의 원칙 있는 대응이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는 해석도 많다.
그러나 키를 가진 20대 남성의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20대 남성 사이에 인기가 크게 떨어졌던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달 지지율이 24%였는데, 12월 윤 대통령의 20대 남성 지지율은 22%에 불과하다.
해법은 ‘확장’과 ‘통합’에 있다. 2017년 대선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의 홍준표 후보 지지율은 약 14%였고 유승민 후보의 19%까지 합쳐도 33% 정도에 불과했다. 당시 안철수 후보의 20대 남성 지지율이 19%에 달해 비민주당 후보 중 가장 높았다. 불과 5년 전인 만큼 20대 남성이 현 국민의힘 주류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가진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물론 20대 여성의 지지도 끌어올려야 한다. 많은 논의의 초점이 20대 남녀 간 차이에 맞춰져 왔지만 20대 여성도 2012년 69%에 비해 2017년 56%, 2022년 58%로 과거보다는 민주당 선호가 약화되고 있다. 또 적폐 청산 국면에서 한때 62%까지 올랐던 20대 여성의 민주당 지지율도 현재는 35%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실제로 임기 내내 지지층 결속에만 매달렸던 문 정부의 전략은, 2017년 대선에서는 한 후보로 결속하지 않았던 20대 남성을 윤 대통령으로 결속시켜 2022년 대선 패배라는 부메랑이 되었다. 2012년부터 한국갤럽이 매주 발표하는 데일리 오피니언 조사를 보면 이명박 정부(9%포인트)나 박근혜 정부(9%포인트)에 비해 문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에는 20대 남녀 간 차이가 평균 19%포인트에 달했다. 특히 임기 초에는 차이가 크지 않다가 임기 마지막 달에는 무려 35%포인트까지 벌어졌고 20대 여성 지지율이 59%에 달했음에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문 정부의 극단적 편 가르기 정책이 20대 남성의 반발을 불러 역풍을 맞은 것이다. 윤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마무리하려다 보니 불현듯 새로 바뀐 국민의힘의 당 대표 선출 제도가 ‘20대의 정치학’과 맞물렸을 때 2024년 총선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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