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중과 질책을 받아서 나 자신이 작게 느껴질 때[지나영의 마음처방]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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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성장 과정에서 격려나 지지보다는 꾸중과 질책을 더 많이 받는다. “왜 이것밖에 못해?” “그렇게 하다간 평생 뒤처질 거야” 같은 말에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에게 관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나친 자책은 자괴감도 부를 수 있다.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나를 용서하는 3단계’를 제안해본다.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우선 나에게 “그래도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자. 아침 6시에 일어나기로 했는데 늦잠을 잤다. 영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3일밖에 못했다. 이렇다면 내가 잘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그래도 당신은 잘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잘하고 있다는 것은 ‘완벽하게 하고 있다’ ‘최고다’라는 뜻이 아니다. 지금 처해 있는 환경에서 내가 가진 경험과 능력과 의지를 동원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는 걸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 자신은 알아줘야 한다. 이것이 나를 용서하는 첫걸음이다.

다음으로 자책하는 대신 ‘걸림돌’을 찾자. 즉, 그것을 하지 못하게 된 원인을 생각해보자. 그런 다음엔 어떻게 그 걸림돌을 없앨지 궁리해야 한다. 예컨대 운동을 시작했는데 작심삼일로 끝났다면 그 원인을 들여다보자. 꼭 게을러서라기보다 의지력과 실행력이 훈련이 되지 않았거나 무리한 계획을 세웠기 때문일 수 있다. 이를 어떻게 개선할지 생각해 본다. 다른 사람들과 운동을 같이해서 서로 북돋아 줄 수도 있고, 의지력을 훈련하는 책을 읽거나 계획을 잘 실행하는 사람에게 코칭을 받는 방법도 있다.


마지막으로 ‘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자. 많은 현대인이 나만 뭔가를 놓치고 있나 하는 두려움(FOMO·fear of missing out)을 경험한다. ‘미러클 모닝’이 유행하면 나도 새벽부터 일어나 독서를 해야 할 것 같고, 주위에서 ‘보디 프로필’을 찍으면 나도 운동해서 몸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은 저마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다르다. 좋아 보이는 남의 길을 좇는다고 해서 만족스럽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정신 건강 측면에서 해가 되는 생각이다. FOMO를 내려놓고, 놓치는 즐거움(JOMO·Joy of missing out)을 만끽해 보자. 나를 용서하는 길은 남의 잣대로 나를 평가하기보다 나를 이해해 주며 내 마음이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길이다. 조금 어설프더라도 스스로 격려해 주며 나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는 길이다. 자책의 괴로움을 벗어나 마침내 평안함과 만족감을 얻는 길이다.

※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2020년 10월 유튜브 채널 ‘닥터지하고’를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와 명상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12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17만 명이다. 에세이 ‘마음이 흐르는 대로’와 육아서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의 저자이기도 하다.

지나영 교수의 ‘인생의 씁쓸함을 달콤함으로 바꾸는 법’(https://youtu.be/tTIBdazekOo)

#인생의 씁쓸함#달콤함#j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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