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 상공 北 무인기 쳐다만 보더니 어젠 새 떼 보고 놀란 軍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8일 00시 00분


2017년 6월 21일 국방부에서 김종성 국방과학연구소 박사(오른쪽)가 북한 무인기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2017년 6월 21일 국방부에서 김종성 국방과학연구소 박사(오른쪽)가 북한 무인기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26일 우리 영공에 침입했던 북한 무인기가 서울 은평, 성북, 강북구 등까지 내려와 1시간가량 정찰 비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 남하해 용산 대통령실을 촬영하려 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수도권 상공을 휘젓고 다닌 것도 모자라 서울의 심장부 인근까지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군은 육안으로도 식별되는 무인기 격추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새 떼를 무인기로 오인하는 등 잇따라 대응에 허점을 드러냈다.

북한 무인기가 방공 시스템을 뚫고 들어와 주요 시설을 정찰하려 한 것도 문제지만, 테러나 국지 도발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더 위협적이다. 서울 한복판으로 침투한 무인기에 고성능 폭발물이나 생화학무기가 실려 있었다면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북한이 최대 1000대에 달한다는 무인기를 이용해 향후 어떤 테러에 나설지 모를 일이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보란 듯이 위반하며 무인기 5대를 한꺼번에 내려보낸 것은 혼란을 유발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적 도발이다. 북한은 올해 6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지속했는데도 대가를 얻지 못한 초조함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내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필두로 한층 수위를 높인 연쇄 도발에 나서려 할 것이다. 김정은은 “더욱 격앙되고 확신성 있는 투쟁 방략을 세울 것”이라며 대남 강 대 강 전략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맞서야 할 군의 대응은 우려스럽다. 공군은 전투기와 공격헬기 등 20대를 동원해 100발을 발사했지만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했다. 작전에 나선 KA-1 경공격기가 추락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인천 석모도 일대의 새 떼를 무인기로 오인하는 바람에 전투기가 긴급 출동하기도 했다. 최전방 지역에서 북한 무인기의 움직임이 급증함에 따라 김승겸 합참의장이 철저한 대비를 지시한 게 불과 열흘 전이다. 북측 움직임을 뻔히 보면서도 대응에 실패한 게 아닌가.

청와대를 정찰하려던 북한 무인기가 적발된 게 2014년이다. 이후 8년간 군이 어떤 준비 태세를 갖춰 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한국형 재머(전파방해장비)를 비롯한 대응 장비 강화에 나서야 한다. 소형 무인기의 탐지, 타격 자산을 비롯한 대응책의 허점들이 드러난 만큼 이를 재점검해 방공 시스템의 구멍부터 메우는 일이 시급하다. 북한 무인기 침투는 물론 ICBM 발사, 국지 도발 등에 대응할 한미 연합 방위태세도 더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북한 무인기#서울 상공 침입#무인기 격추 실패#새 떼 무인기 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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