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7년간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한 보조금이 31조466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어제 대통령실 발표에 따르면 2016년 3조 원대이던 정부 보조금은 매년 3500억 원씩 늘어 2021년부터는 5조 원대로 불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정부가 부정사용을 이유로 환수한 금액은 34억 원에 그쳤다. 혈세로 지원은 늘리면서 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실이 이날 민간단체 보조금 집행 실태 전수 조사를 예고하며 기초 조사를 근거로 공개한 부정사용 사례만 봐도 그동안 시민단체가 ‘눈먼 돈’을 타내 얼마나 허술하게 써왔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한 청소년 지원 단체는 상담 참가 인력을 부풀리고, 모 해외봉사단체는 해외 근무자의 계약 기간을 조작해 보조금을 빼돌렸다. 하지도 않은 행사를 했다고 하거나 직원 서류를 가짜로 작성해 횡령한 단체도 있다. 체육대회 개최 명목으로 보조금을 타서 사적 용도로 쓰고, 청소년 동아리 활동 지원금으로 정치 집회를 주도하는 등 지원금을 엉뚱한 곳에 쓴 사례도 적지 않다.
국고 보조금 유용과 회계부정이 만연한 이유는 느슨한 규정 탓이 크다. 보조금법에 따라 사업규모가 10억 원 이하인 경우 회계감사, 3억 원 이하는 정산 보고서 외부 검증 의무가 면제된다. 회계 관리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관리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2019년 보조금 특별 단속을 한 적이 있는데 부정 수급으로 적발한 규모가 837억 원으로 7년간 환수액 34억 원의 약 25배였다. 단속을 게을리한 데다 환수도 제대로 안 한 것이다. 단체 선정과 관리 과정에서 공무원의 부정행위가 있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민간단체가 공적 지원을 받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 보조가 없으면 존립이 어려운 수준이라면 단체의 독립성이나 자율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역대 정부마다 보조금 지원을 명목으로 단체를 줄 세우고, 단체는 정치적 우군 역할을 한다는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건전한 풀뿌리 민간단체로서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내려면 재정 자립도를 높여나가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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