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이 그제 국회에서 부결됐다. 20대 국회에선 부결 사례가 있었지만, 21대 국회에서는 3건의 가결 후 첫 부결 사례다.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 271명 가운데 161명이 반대해 찬성이 절반을 넘지 못했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서 대거 반대표가 나온 것이다.
노 의원은 “정치적 사건”이라고 하지만 수사 결과를 보면 개인 비리 혐의다. 한 사업가로부터 물류센터 인허가, 인사 알선 등 청탁과 함께 6000만 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노 의원 자택 압수수색에선 3억 원의 현금 다발도 나왔다. 노 의원은 오래전에 받은 부의금과 출판기념회 후원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회에 신고한 재산 내역에 포함되지 않았고, 은행 띠지의 날짜가 최근으로 찍힌 돈뭉치도 있다고 한다.
법원이 이런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구속 여부를 결정하면 될 사안이다. 검찰이 조작, 왜곡한 것이라면 노 의원도 국회 보호막에 숨을 게 아니라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게 당당하지 않나. 그런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표결 전 “윤석열 정부의 야당 파괴”라고 규정하며 반대표를 던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동료 의원의 비리 혐의엔 눈감은 채 검찰 탓만 한 것이다. 20대 대선 때 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했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 불체포특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것은 모순이다. 익명성의 뒤에 숨어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가에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수도 있는 상황에 대비해 민주당 의원들이 미리 단일대오를 형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169석 거대 야당의 국회 운영을 놓고 논란이 많았다. 노 의원 체포동의안까지 의석의 힘으로 부결시킴으로써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뇌물수수 등 개인 비리 혐의에 대해 야당 탄압이라고 아무리 외쳐본들 국민 공감을 얻기 어렵다. 국민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방탄 정당’이라는 오명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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