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요건에 미달돼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없었던 한국 전기차들이 리스 등 상업용으로 판매될 경우 그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미국 정부가 IRA 세부 규정에서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명시된 친환경 상용차의 범위를 트럭, 버스 등 외에 리스용 차량까지 넓힌 결과다. 이에 따라 북미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은 국산 전기차도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길이 부분적으로나마 열렸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IRA로 피해를 보게 된 한국과 프랑스 같은 동맹국들의 요청이 일부 받아들여진 데 따른 것이다. 8월 IRA가 의회를 통과하자 우리 대통령실과 관련 부처 고위 당국자들은 잇따라 워싱턴을 방문하며 법 시행의 유예 및 개정을 요구해왔다. 미국은 IRA를 놓고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에 대한 배신”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재무부를 중심으로 세부 시행령의 수정, 조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일단 리스 등 상업용 차량 부분에서라도 일부 숨통이 트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미국은 IRA 규정의 핵심인 ‘북미 지역 최종 조립’ 규정에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 조항의 시행을 3년간 유예해 달라는 정부의 계속된 요청에도 “법 개정 사안”이라며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급감하고 있다.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 2위(9%)를 달리던 한국 전기차 업체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북미 시장 내 한국차의 경쟁력을 흔들 핵심 조항의 수정 없이는 문제 해결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대차·기아가 5%대인 리스 전기차의 비중을 두 자릿수로 늘리겠다지만 전체 비중으로 보면 여전히 10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북미 조립 조항은 물론이고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 요건에 대해 미 행정부와 의회에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에 수십조 원을 투자하는 주요 경제안보 협력국이다. 그런 한국을 차별하는 IRA가 통과될 때까지 넋 놓고 있다가 부랴부랴 뒷북 대응에 나섰던 과오를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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