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올 물가 24년 만에 최악… ‘인플레 전쟁’ 여전히 갈 길 멀다

뉴시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로 풀린 글로벌 과잉 유동성의 후유증에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공급망 갈등까지 겹치면서 24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 사태를 맞았다는 게 수치로 확인됐다. 더욱이 새해에는 극심한 경기침체와 고물가를 동시에 견뎌내야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7.5%를 찍은 이래 가장 높았다. 이달 상승률은 정점을 찍었던 6월보다는 떨어졌지만 8개월째 5%를 넘어섰다. 내년 초에도 이런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한국은행은 예상했다. 특히 폭등한 외식비, 가공식품 물가는 오르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서민들이 느끼는 물가 부담은 상승률보다 더 높을 것이다.

더욱이 급등한 국제 유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을 반영하지 않고 억눌러온 공공요금 인상같이 물가 불안을 부추길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4000원 정도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한다. 전기요금이 한 번에 10% 가까이 오른 건 처음이다. 그런데도 한국전력 적자 문제를 풀 수 없어 내년 중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내년 봄 가스요금 인상을 예고했고, 서울시는 지하철·버스요금 인상을 추진한다.

다소 안정세를 찾은 국제유가나 원자재 가격도 우크라이나 전황, ‘제로 코로나’ 종료로 인한 중국 에너지 수요 변화에 따라 언제든 다시 요동쳐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올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끌어올린 한은은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 내년에도 금리 인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급격한 외자 유출을 막으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금리 인상에 발을 맞추지 않을 수 없다.

새해 소비자물가는 상반기에 높다가 하반기에 낮아지는 ‘상고하저’ 양상이 된다고 한다. 이미 다락같이 오른 만큼 상승률이 조금 떨어져도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다. 본격화하기 시작한 글로벌 경기위축,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내수침체는 일반 가계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 것이다. 새해에도 인플레와의 전쟁은 지속된다. 정부와 한은, 기업과 국민 모두 신발 끈을 풀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