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 수립에 관한 공청회에서 화장한 유골을 산이나 바다 등에 뿌리는 장사 방법인 ‘산분장(散粉葬)’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산분장에 대한 선호도는 높은 편이나 시설은 부족한 상황으로, 이용 확산을 위해 관련 시설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산분장 제도화의 세부 방안은 “산분 방식을 산분, 수목장림, 해양장 등으로 확대해서 2023년까지 구체화하고, 2024년에 법제화한 후, 2027년까지 산분장 이용 비중을 화장 건수의 30%까지 높이겠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산분장에 대한 수요가 있으니 정부가 이에 대한 제도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보다 신중히 접근할 필요도 있다. 산림 내 수목 아래에 유골 골분을 묻는 장법인 수목장림을 산분장의 한 유형으로 포함시키면 국토의 산림과 수목이 상당 부분 골분으로 쌓일 우려가 있다. 해양장이 포함돼 수요가 늘어날 경우 이것이 바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어떨지 가늠하기 어렵다. 산분장 등의 도입으로 인한 환경 영향을 잘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고독사 증가와 국내 고령자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다며, 산분장을 보다 대중화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전체 사망자 가운데 극히 소수인 고독사 등을 처리하기 위해 전체적인 장사 제도를 바꾸는 것이 시급한 일인지도 따져볼 일이다.
장사 관련 제도는 한번 자리 잡으면 수정하기 힘들고 정책적으로 통제하기가 쉽지도 않다. 일례로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된 개인묘지의 상당수가 불법으로 조성되고 있어도 정부나 지자체가 손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전국 곳곳 산에 묘지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서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산분 또한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산분장 도입이 한국적인 사회 결속과 가족 유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 우려스럽다. 묘지를 만들고 주기적으로 이를 찾아가는 것이 가족 간의 유대를 유지, 강화하는 방안으로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산분장 도입이 가족 유대 약화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일 것이다. 산분장으로 무연고 시신 및 유골을 처리할 수 있겠으나, 유족이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이를 허용할지 관련 제도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산분장을 도입한다면 장사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한국의 상장례 절차는 전통적인 미풍양속으로서 사회 문화의 큰 축을 담당해온 만큼, 해외 산분 제도의 기능적 측면만 보고 들여와 적용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자연에 뿌려지는 골분의 양이 많아지면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정서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기 때문에 관련법에 따라 산분시설은 화장장, 봉안시설 등 일정 구역 내로 한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봐야 한다. 산분장이 무분별하게 도입되는 것은 막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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