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리꾼 수사대가 주목하는 인물 중 하나가 이기영(31)이다. 경기 파주시에서 전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그의 사진이 공개된 후 “실물과 다르다”는 증언이 이어지자 소셜미디어를 털어가며 최근에 찍은 사진들을 찾고 있다. 경찰이 공개한 사진은 단정한 운전면허증 사진인데 안경을 쓰고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한 지금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의자 전주환도 경찰이 처음 공개했던 선한 눈매의 증명사진과 포토라인에서 찍힌 사진이 달라 “같은 사람 맞느냐”는 말이 나왔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복역 중인 조주빈도 증명사진 속 앳된 얼굴과 실제 모습 간 차이가 컸다. 경찰이 공개하는 사진은 신분증의 증명사진이 대부분이어서 범행 시기와 시차가 나거나 보정 작업을 거친 사진일 경우 실물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경찰이 체포 후 촬영한 식별용 사진(머그샷)이 있지만 피의자가 원하지 않으면 공개할 수 없다. 지금까지 머그샷 공개에 동의한 사람은 2021년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자친구의 가족을 보복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이석준이 유일하다. 구치소를 오가거나 검찰에 송치되는 과정에서 언론사 카메라에 얼굴이 잡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전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처럼 긴 머리로 얼굴을 덮는 ‘커튼 머리’를 하거나, 코로나를 핑계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면 그만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와 범죄 예방이라는 신상공개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머그샷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5년간 발생한 살인 인신매매 강간 추행 등 특정강력범죄는 2만8822건, 이 중 신상정보공개위원회에 상정된 건수는 49건, 신상공개 결정이 내려진 건 28건에 불과했다. 신상공개 사례가 전체 흉악범죄의 0.1%도 안 되는데 이마저 실물과 동떨어진 사진을 공개하면 어떻게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재범을 막느냐는 것이다.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는 기본권 침해라는 반론도 만만치 많다. n번방 사건 피의자들 중 일부는 2020년 6월 이 제도 근거법이 무죄추정 원칙에 반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2개월 후에는 경찰이 강간·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신상 공개한 ‘강간범’에 대해 검찰이 성폭행은 없었다는 처분을 내리는 일이 발생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엉뚱한 ‘낙인찍기’가 없도록 신상정보공개 심의의 전문성을 높이되 공개 결정이 난 경우라면 “누군지 못 알아보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게 머그샷 수준의 사진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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