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한 전국 중소도시 77곳 가운데 18곳이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축소도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2000∼2020년 인구 통계를 분석한 결과다. 인구가 줄어들면 지자체의 세수가 감소해 도로, 상수도 등 기반시설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그 결과 2029년부터는 도시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는 곳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지방 도시 소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중장기적 계획 없이 내놓은 중소도시 살리기 정책들은 효율성이 떨어진다. 태백시 등 강원 남부 폐광 지역에는 1997년 이후 3조 원이 넘는 재정이 투입됐지만 인구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일자리를 창출할 대체산업을 키우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경북 상주시 한방산업단지의 경우 고용 인원이 6명에 불과하다. 20조 원 이상이 투입된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진행 속도가 더뎌 일부 노후 건축물을 정비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소도시 주민들의 거주가 분산돼 응급상황 대응이 어려워지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소방서와 경찰서에 5분, 응급의료기관에 15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지역을 ‘골든타임 트라이앵글’로 부른다. 그런데 18곳의 축소도시 가운데 13곳은 주민의 과반이 이 트라이앵글 밖에서 거주하고 있다. 경북 영주·영천시, 경남 밀양시, 강원 태백시는 트라이앵글 안에 사는 주민이 한 명도 없다. 중소도시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지방을 부활시키려면 기업과 대학을 유치하고 산학협력 체제를 구축해 청년층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노력과 함께 중소도시들이 인구 감소에 적응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교통 거점 지역을 고밀 개발해 주민들이 집중 거주하도록 하고, 사용하지 않는 공간은 별도로 관리해 도시 기능을 유지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중소도시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인구와 공간을 재배치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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