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어제 공동으로 경제계 신년 인사회를 열었다. 재계와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두 단체가 신년회를 함께 개최한 것은 처음이다. 삼성, 현대 등 5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주요 인사 5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새해를 맞는 경제계의 각오는 비상하다. 올해 경제 상황을 ‘대위협의 시대’나 ‘초(超)위기상황’으로 규정하는 등 혹한기가 몰려온다는 위기의식이 높다. 주요 기업들은 비상경영 체제를 갖추고 마른 수건을 짜내는 수준의 긴축경영에 나선 상태다. 최고경영자(CEO)와 경제단체장들의 신년사에도 ‘위기’와 ‘도전’ 같은 키워드가 공통적으로 담겼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며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 수출품목인 반도체 생산의 급감 등으로 지난해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472억 달러)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9개월째인 적자 행진이 언제 멈출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올해 수출은 전년보다도 4.5%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감원 칼바람 속에 신규 취업자마저 지난해의 10분의 1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 상황도 험난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의 ‘빅3’ 경기가 모두 둔화되면서 “올해 세계경제는 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경기 하향이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인플레이션 속에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외 어느 곳에서도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역대급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 주체들의 협력이 절실하다. 특히 수출에 앞장서는 대기업과 이를 받쳐주는 중견·중소기업들이 ‘원팀’으로 힘을 합치지 않고는 파고를 넘기 어렵다. 상생을 통한 효율성과 경쟁력 강화로 이를 뚫어내야 한다. 대기업의 협력사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등 시도가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다. 올해부터는 납품단가 연동제 등 대·중소기업 간 상생 정책들도 본격 추진된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동반성장의 활로를 찾아가는 노력이 배가돼야 할 것이다. 험난한 길일수록 함께 뛰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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