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모두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기로 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성남(분당·수정구)·하남·광명시만 남기고 규제지역을 해제한 지 두 달 만이다. 규제지역에서 빠지면 세금, 대출, 청약, 전매제한 등의 규제가 완화돼 집을 사고팔기가 수월해진다. 분양가상한제와 전매제한, 실거주 의무 등을 완화하고 분양가와 관계없이 중도금 대출을 허용하는 등 분양·청약 관련 규제도 대거 풀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거래절벽, 집값 하락, 미분양 증가 등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금융 부실로 번지면서 실물경제까지 흔드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세 차례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내놓으면서도 서울은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건들지 않았다. 정부가 두 달 만에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은 그만큼 부동산 시장 경색의 여파가 거세게 몰려오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고금리 부담 등이 겹치면서 매수세는 실종되다시피 한 지 오래다. 서울 아파트값은 8주 연속 역대 최대 하락폭을 경신하고 있고, 거래량도 지난해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무엇보다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급속히 부실화하고 있다. 보험·증권·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대출만 110조 원에 육박해 자칫 PF발(發)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자칫 투기 세력에게 ‘버티면 결국 규제가 풀린다’는 잘못된 신호를 줘선 안 된다. 하반기 금리 상승이 주춤해지는 등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경우 다시 집값이 들썩일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추가 대책도 낼 수 있다고 예고했지만 지금까지보다 훨씬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는 강남 3구를 건드리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다가 가계부채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핵심 금융규제도 유지해야 한다.
금리 인상 기조가 여전해 당분간 집값 하락세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에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조급해서는 안 된다. 남은 규제까지 한꺼번에 풀다 보면 자칫 나중에 뒷감당을 하기 어렵다. 규제 완화로 집값이 들썩이는 곳은 없는지 철저히 모니터링하면서 시장 정상화 기조는 유지하되 투기는 엄단한다는 일관된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한다.
댓글 0